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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하지 않으면 쉬워 보여"…뼈있는 한마디로 GE 뜨는 이멜트

방성훈 기자I 2017.06.13 16:35:49

"금융위기 최악의 순간…내손으로 배당금 낮췄을 때 비참"

제프리 이멜트(오른쪽)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존 플래너리 GE헬스케어 대표.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나는 정말로 중요한 한 마디를 해주려고 한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쉬워 보인다.” 16년만에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떠나게 된 제프리 이멜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후임자인 존 플래너리 GE헬스케어 대표에게 조언으로 던진 뼈있는 한 마디다. 이멜트는 8월1일자로 CEO직을 내놓은 뒤 12월31일자로 회장직까지 반납할 계획이다. 후임 플래너리는 내년 1월1일 공식 취임한다.

`옆에서 보면 쉬워보일지 몰라도 직접 해보면 전혀 다를 것`이라는 이멜트의 한 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2001년 제9대 GE CEO에 오른 뒤 회사를 변신시키려 무던히 애썼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쳤고 그의 노력도 빛이 바랬다. 그래서일까 이멜트는 후회될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많다”고 대답했다. 그가 꼽은 최악의 순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2월이었다. 이멜트는 “내 손으로 회사 배당금을 낮춰야 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다”고 회고했다.

반대로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이멜트가 가장 공들였던 GE 중국사업이 승승장구할 때였다. 그가 CEO로 취임하기 전이었던 2000년까지만 해도 GE 해외 매출비중은 30%에 그쳤지만 중국사업 덕에 지난해 60%까지 확대됐다. 이멜트는 “우리는 15~16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에 대해 경쟁력을 가진 완전한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금융위기 파고를 넘은 뒤엔 GE의 뿌리인 제조업에 집중하며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에 매진했다. 지난 2013년에는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발전·전기설비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정보처리, 신재생 에너지, 생명과학 등에 집중했다. 반면 실적 변동성을 높였던 GE캐피탈 등 소비자금융부문과 NBC유니버셜 등 미디어부문 지분을 팔았다. 100년 넘는 전통을 지닌 가전사업부 GE어플라이언스와 플라스틱사업도 팔아치웠다.

덕분에 2008년까지만 해도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금융·서비스부문 수익비중은 지난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신 수익 90%가 전력 헬스케어 항공 석유·가스 및 에너지 등 산업부문에서 발생했다. 미국 전자업계 공룡으로 불렸던 GE는 디지털 전력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멜트는 “완벽을 위한 게임이 아니었으며 진일보를 위한 게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취임후 GE 주가는 오히려 30% 추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4% 뛴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판과 비난, 악평이 지속됐다. 여기엔 GE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잭 웰치 후임이어서 비교를 당한 영향도 있다. 이에 이멜트는 내년까지 주당순이익(EPS)을 2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실적 개선 압박으로 작용했다. 특히 억만장자 투자가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매니지먼트가 2015년 1% 지분을 확보한 이후엔 더욱 심해졌다. 트라이언은 지난 3월에도 GE 경영진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멜트는 내년 말까지 2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지만 지난 달엔 목표 도달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그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이제 바통은 후임자인 플래너리에게 넘어갔다. 실적 개선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GE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주주들과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멜트는 플래너리에 대해 “GE를 이끌어 갈 적임자”라며 “그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의 막대한 경험, 강인한 리더십 기질과 뛰어난 판단력, 탄력성, 성공 경험 등을 갖췄으며, GE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도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플래너리에게 CEO로서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플래너리는 이날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현재 GE 주가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위기감을 갖고 회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헬스케어 분야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연말에 새로운 목표를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GE의 부문별 수익구조. 2008년까지만 해도 GE의 수익 중 절반 가량이 금융·서비스업에서 발생했으나 지난 해에는 90% 이상이 전력, 헬스케어, 항공, 석유·가스 및 에너지 등 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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