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긴급브리핑..“부처 협의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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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는 작년 6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은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가격 격차)을 조정하는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들 국책연구기관은 내달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8월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청회→관계부처 협의→경유세 인상 여부 결정 순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26일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경유세 인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는 없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협의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며 “아침에 (경유세 관련 기사가) 신문에 났기 때문에 부랴부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연구용역도 끝난 상황이 아니었다. 조세연 관계자는 26일 기자와 만나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가 지난 21일 공개됐다”며 “이 최신 자료를 모형에 넣어 작업 중이기 때문에 보고서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 “납득 안돼”..환경단체 “文 정부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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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용역을 진행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하던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용역까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기재부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지난 1년간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렸는데 환경단체를 논의에서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과를 발표해 당혹스럽다”며 “문재인 정부에 기대한 게 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기재부 세제실장이 연구용역 결과를 단정 짓고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대로 가면 공청회는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다. 지금이라도 연구용역 결과를 즉각 공개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영록 세제실장은 “영세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을 통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며 “(미리 연구용역 내용을 확인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취지에서 오늘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