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은 거창한 철학을 말씀하시는데, 당장 월세 내기도 벅찬 저희에겐 ‘생존의 한계’가 먼저입니다. 원가 쪼개기요? 계산대 앞 손님들과의 실랑이는 누가 책임집니까?” (서울 마포구 카페 사장 김모씨)
23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의 ‘탈플라스틱 대국민 토론회’는 정부의 이상과 시장의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김성환 장관은 로마클럽과 자연의 경고를 언급하며 거시적인 담론을 꺼내 들었지만, 정작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된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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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페 업계는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태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환율 불안정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컵 따로 계산제는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기후부는 “기존 커피값에서 컵 비용(약 200원)을 분리해 표기하는 것일 뿐 추가 인상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탁상공론으로 치부한다.
소비자들은 총액이 같더라도 영수증에 일회용 컵 200원이 별도 표기되는 순간 심리적 저항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가뜩이나 커피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컵 값까지 따로 찍히면 체감 물가는 더 올라간다”며 “결국 가격 저항에 따른 매출 감소와 손님들의 항의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할 몫”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과거 ‘종이 빨대’ 사태의 트라우마가 깊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선언하며 값비싼 종이 빨대 사용을 강제했다. 하지만 “음료 맛을 버린다”, “금방 눅눅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계도 기간을 무한정 연장하며 사실상 규제를 철회했다. 비싼 돈을 들여 종이 빨대 생산에 나선 영세업자와 대량 구매했던 자영업자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빨대 규제 방식마저 변경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는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를 함께 비치해 고객이 선택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고객이 요청할 때만 빨대를 제공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종이 빨대 선호도가 낮은데, 굳이 요청해서 받아야 한다면 누가 종이 빨대를 달라고 하겠느냐”며 “기존에 구비해 둔 종이 빨대는 소진도 못 하고 악성 재고로 떠안게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컵 따로 계산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증금제 도입(문재인 정부)→유예 및 축소(윤석열 정부)→보증금제 폐기 및 별도 계산제 추진(이재명 정부)으로 정책이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디테일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커피 가격에는 단순히 원재료비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등 다양한 운영 비용이 녹아있는데, 여기서 컵 값만 따로 발라내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장관은 “보증금제 실패, 계산제가 답” 자화자찬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기존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사실상 폐기를 공식화하며 신규 제도를 옹호했다. 그는 “보증금제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감량에는 도움이 안 됐다”며 “컵 가격을 내재화해 영수증에 표시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조차 정부의 낙관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컵 따로 계산제만으로는) 당장 텀블러 사용 유도가 얼마나 가시적일지 의문”이라며 “결국 쓰레기를 줄이려면 일회용·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단계적인 로드맵을 요구했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역시 “보완책 수준이 모호하다”며 “어떤 컵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재질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는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현장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협회도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고 수용성도 높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총장은 “프랜차이즈라고 다 대기업이 아니다. 70%는 연 매출 10억 원 미만의 영세 자영업자”라며 “대형 브랜드야 시스템이 있겠지만, 10만 개에 달하는 개인 카페와 영세 가맹점이 컵 비용을 별도로 떼어내 고지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엄청난 숙제”라고 우려했다.
원두 가격 폭등과 고환율이라는 ‘외풍’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설익은 정책 실험으로 ‘내우(內憂)’까지 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장관은 “오늘 논의를 종합해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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