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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가까스로 공장 재가동에 성공했지만, 외국계 협력업체의 완강한 태도로 재차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기업회생절차 조기졸업을 위해서는 원활한 판매활동이 전제 조건인 만큼, 협력업체들은 정부의 대출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6일부터 공장 재가동 중에 있다. 앞서 쌍용차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부품납품 중단으로 19~23일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공장 재가동 과정에서 쌍용차 노사와 국내 협력업체들이 가까스로 외국계 부품업체를 설득했지만, 내주 공장 가동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외국계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급 문제에 유의미한 진전이 있기 전에는 원활한 부품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0억원 출연하면 숨쉴 수 있어”‥협력업체 지원 촉구
쌍용차의 공장 가동 중단 이슈가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한 협력업체의 납품거부를 시작으로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치며 총 28일간 셧다운이 발생했다.
쌍용차 협력업체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공장 가동 중단의 큰 요인으로 꼽히는 외국계 협력업체가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재가동에 들어갔던 공장이 다시 내주에 셧다운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 관계자는 “금주 공장 가동도 쌍용차 노동조합과 협력업체들이 외국계 업체들을 가까스로 설득해 이뤄진 것”이라며 “(공장 가동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쌍용차 채권 가운데 부품 납품 관련 공익채권 3500억원 중 약 2000억원을 담보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에 200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줄도산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 방법을 통해 부품 대금 문제를 해결하면 외국계 협력업체들의 협조를 얻어 공장 가동 중단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른 수건 짜기 돌입한 쌍용차‥“셧다운 문제 해결 시급”
공장 가동 문제 해결은 회생절차 조기 졸업을 목표로 하는 쌍용차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법원은 회생절차 돌입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예병태 사장을 대신해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을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정 본부장은 오는 6월 10일까지 조사인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키로 했다. 쌍용차 인수의향을 보인 곳은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국내 전기버스 에디슨모터스 등 6~7곳 등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는 여전히 HAAH가 손꼽힌다. 쌍용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유통망 확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가 HAAH와 지속적으로 접촉한 것도 미국 유통망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HAAH의 전략적 투자자와 금융 투자자들은 연이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와 M&A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조직 슬림화에도 착수했다. 기존 ‘9본부 33담당 139팀’이었던 조직은 ‘7본부 25담당 109팀’으로 개편, 전체 부서를 23% 줄였다. 상근 임원(관리인 및 등기,사외이사 제외) 역시 현재 26명 수준에서 16명으로 38% 감축하고 급여도 추가 삭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살기 위해 조직슬림화를 단행하고 있지만, 연이은 공장가동 중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M&A를 통한 회생절차 조기졸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정부가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원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