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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그동안 이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도 정 장관에게 “잘하시고, 잘 버티시라”고 말하며 사실상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보름여 만인 지난 18일 청와대와 인사혁신처에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고, 이 대통령은 엿새 만에 이를 수리했다.
청와대와 정 장관이 밝힌 공식적인 사퇴 사유는 건강 악화다. 정 장관은 심각한 수면 장애로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밝혀왔다. 여기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사직 사유로 들었다.
정 장관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는 방안에는 줄곧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수사가 미진한 사건에 한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수사 지연과 범죄 피해자 보호 공백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장관은 여당을 상대로 일부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조만간 시행을 앞둔 형소법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에 발견된 문제는 반개혁적으로 적대하기보다 겸허하고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형사사법제도의 소유자가 아니다”며 “국민의 삶에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 가능성도 정 장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6월 검찰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위원회는 공소 취소가 가능한 이 대통령 관련 사건 6건을 조사 대상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도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공소 취소를 추진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그 과정에서 정치적·법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 장관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정 장관이나 청와대가 공소 취소 문제를 사퇴 이유로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5선 의원으로 여권 내 대표적인 친명계 중진으로 꼽힌다. 동시에 40년 가까이 법조계에 몸담아온 법률가로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수사 현장과 국민에게 미칠 부작용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 장관은 국회로 돌아가 형소법 보완과 당내 갈등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개혁 입법을 뒷받침했다면 이제는 국회의원으로서 개혁의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장관의 퇴진은 그동안 미뤄진 개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역할이나 방식을 바꿔야 할 데가 몇 군데 있다”며 개각 가능성을 예고했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인선을 미뤄왔다. 하지만 한성숙 국무총리 임명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가 한 달 넘게 공석인 데다 법무부 장관 후임까지 찾아야 하면서 더는 인선을 늦추기 어려워졌다. 일부 부처 장관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 법무부와 중기부 후속 인선을 넘어 개각 폭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다음 달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국정감사 일정도 다가오는 만큼 대규모 개각에는 부담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신속히 후속 인선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선 법무부와 중기부 등 공석을 채우는 소폭 개각에 나선 뒤 추가 인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