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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제한’에 시민단체 볼멘소리 이어져…민주노총은 집회 예고

박순엽 기자I 2021.07.01 17:10:24

시민·노동단체 “정부, 집회·시위의 자유 가로막아”
거리두기 기준도 ‘불만’…“평등권 침해” 헌법소원
민주노총, 오는 3일 대규모 집회…정부 ‘엄정대응’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콘서트는 수천명이 모여도 된다고 하면서 집회는 9명까지만 허용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야외 집회보다 지하철 실내가 훨씬 더 위험합니다.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운운하면서 경찰이 집회를 막고 있는 건 탄압입니다. 우리를 막고 있는 경찰이 더 빼곡하게 서 있는데, 더 위험한 것 아닙니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공단 지부 사무실 앞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고객센터 노조 조합원 수십명이 나와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경찰은 불법 집회라면서 이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집회에 대한 탄압이라며 경찰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노동법률단체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 가로막는 정부의 집회금지조치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노동단체 “정부, 과도하게 집회 제한·금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정부 조치가 이어지자 최근 여러 시민단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라는 질병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체들은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서도 집회 허용 기준만 유독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들은 집단 감염을 예방하고자 집회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정부가 과도하게 집회를 막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 노동 법률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 제한 조치는 ‘집회·시위의 자유’ 본질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선제적이고,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넓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또 “코로나19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집회에 관한 정부 고시는 변함없이 전면적 제한에 가깝다”고도 지적했다. 집회는 비말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거리두기 1단계에서도 최대 500명까지 참가하도록 허용하면서, 비슷하게 비말 발생 위험도가 높은 대규모 콘서트장에선 2단계에도 최대 5000명이 모일 수 있다는 정부 기준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도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집회 제한 고시와 감염병 예방법 일부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집회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이후에야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조치”라며 “정부가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각 지부 지도부가 1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의실에서 7.3 노동자대회 개최와 관련한 입장발표를 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3일 대규모 집회 예정…정부, 엄정 대응

일부 노동단체들은 이에 따라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산재사망 근본대책 마련,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과 서울시는 이미 민주노총의 두 차례 집회 신고에 대해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엔 500명이 운집했는데, 왜 노동자 집회는 9명으로 제한되느냐”고 성토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택배기사들의 집회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방역 지침을 준수한 덕분에 집회를 통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감염병 재확산 기로에 선 위중한 시기인 만큼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해줄 것을 다시 당부한다”면서도 “가용 가능한 전국 경찰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집결 자체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도 민주노총에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리는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한 이때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방역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며 “정부는 다수 국민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불법집회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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