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착한법)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누구를 위한 검찰청 폐지인가’를 주제로 제19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남긴 뒤 기소권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수사권은 중수처를 따로 신설해 이관하는 법률안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검찰청 폐지, 문제 있다’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윤옥 법무법인 북부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검찰청 폐지로 인해 수사 역량이 급격하게 저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중대범죄에 대한 전문적인 수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이런 역량을 사장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크나큰 손실”이라며 “중수처 설립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 기관이 현재의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수준의 수사 역량을 갖추는데 요구되는 시간 및 비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기간까지 수사역량의 부족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불안과 혼란의 불이익은 오직 범죄자들만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수사권 박탈이 수사권 남용의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고도 했다. 오히려 주요국들은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박탈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민주당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라는 최후의 해법 이전에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맞는 검찰 수사권 남용의 해결방안을 객관적으로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들은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검찰청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주장의 타당성은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분석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서 의존한 기소 판단 늘 것…폐지 대신 인사권 독립 추진해야”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수완박으로 인해 드러난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 등을 감안할 때 검찰청이 폐지되면 관련 부작용이 더 악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교수는 “경찰과 중수처에서 송치하는 사건에 대해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된다”며 “직접 보완수사하지 못하고 경찰 등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수사 지연은 불가피한데다가 피해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가중되고, 실체진실 발견은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검사 출신의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변호사는 검찰청이 폐지될 경우 조서에 의존한 기소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검찰이 기소 권한만을 갖게 되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경찰과 중수처의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조서 등 수사 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조서에 당사자 진술 취지가 잘못 기재될 수도 있다. 또 법률적으로 어렵고 전문적인 사건의 경우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임에도 조사관이나 당사자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조서에 기재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서는 수사권을 폐지하기보다는 인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병희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검찰의 주요보직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실과 최종 조율해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대통령, 즉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 인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설치해 독립성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