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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재계에서는 올해가 조 회장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난을 잘 풀어나가면 경영권 분쟁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취임 초 순항하던 조원태호, 조현아 반기에 급반전
22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오는 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후 같은 달 24일 회장으로 선임됐다.
땅콩회항 사건과 물컵갑질 등 그룹 이미지가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에 취임한 조 회장은 신뢰회복과 경영정상화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안으로는 직원만족경영, 소통경영을 통해 조직문화에 변화를 추구하며 흐트러져 있던 회사 분위기를 다 잡았다. 또 밖으로는 지난해 6월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의 의장으로 행사를 큰 무리없이 치러내면서 국내 대표 항공사의 오너로서 위상을 인정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원태호’가 순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조 전 부사장은 ‘호시탐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던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특별한 의도를 밝히지 않은 채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을 매입한 반도건설과 손잡고 3자연합을 결성하며 조 회장의 퇴진과 전문경영인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3월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 열릴 때까지 3개월간 양측은 지분 매입과 상호 간 비방전을 벌이는 치열한 표 대결을 벌였고 결국 조 회장 측의 승리로 1차전을 마무리했다.
주총이 끝난 후 숨을 돌리기도 전에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항공업의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비행기 90%가 날지 못하고 공항에 서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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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위기 상황이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1라운드를 끝낸 경영권 분쟁은 벌써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3자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하면서 지분율을 42.75%까지 끌어올려 조 회장 측 우호지분(41.30%)을 넘어섰다. 일각에서 관측하듯 7~8월 임시주총을 여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3자연합이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게 조 회장에게 큰 부담이다. 자칫 3자연합이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게 되면 임시주총 통해 이사를 추천, 선임하면서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3자 연합과 달리 당장 총알이 없는 조 회장은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경영위기를 넘는 것도 어려운 숙제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금 여력이 바닥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은 물론이고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전 직원 대상으로 한 휴업에 돌입했다.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여유 인력은 모두 휴업한다. 또 이달부터 임원 전원이 30~50%씩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또 유상증자 등 특단의 대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자구노력으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와 업계의 중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회사의 유보금으로 이달까지 밖에 버티지 못한다”며 “내달부터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정부 지원 등 외부에서 자금이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조 회장이 정부나 금융기관 등을 설득해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위기를 넘지 못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관측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같은 위기 상황을 고려해 조 회장 취임 1주년 행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