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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파르얍 지방에서 딸 하나와 아들 둘과 함께 사는 미망인 나지아(45·가명)의 집을 찾았다.
세 번 노크한 뒤 들어온 이들은 나지아에게 음식 15인분을 내오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사흘간 이어졌다.
나흘째 되던 날 비극이 벌어졌다. 나지아가 “가난한데 어떻게 밥을 줄 수 있겠느냐”며 음식 요구를 거절하자 주먹이 날아왔다. 나지아의 딸 마니자(25·가명)는 “그들은 쓰러진 엄마를 AK47 소총으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며 “내가 멈추라고 소리치자 옆방에 수류탄을 던졌고, 불길이 번지자 달아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지아는 구타로 사망했다.
당시 목격자와 현지 관계자들의 증언에도 탈레반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CNN은 “나자르에게 벌어진 일은 현재 아프간 전역에서 여성들이 직면할 위협의 불길한 예고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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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는 탈레반이 통치 이념으로 삼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서 여성들에게 착용을 강제하는 옷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며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통한다. CNN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이 천은 지난 20년간 얻은 일할 권리, 공부할 권리, 이동할 권리 그리고 평화롭게 살 권리의 상실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할 당시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성의 권리를 박탈했다. 2001년 아프간 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런 규제는 완화됐다. 2009년에는 ‘여성폭력 근절법’이 제정되며 강간과 강제결혼, 여학생의 취업과 학업을 막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년만에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면서 여성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일에는 탈레반에 반발하기 위한 여성들이 “우리의 권리, 사회 보장, 노동권, 교육권과 정치 참여권을 원한다”고 외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