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이후 정치권 안팎서 후폭풍
탄핵 심판 어떤 결과든 반발 예상
여야 물론 尹 헌재 결정 승복해야
격양된 찬반 진영에 설득 작업도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오는 4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날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보다 지체된 헌재 선고일로 인해 탄핵 찬·반 진영간 갈등과 분열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을 놓고 격심한 반발이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모두 헌재 결과에 승복하고,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국민 통합의 메시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전직 국회의장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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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현직 국회장들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헌재 결과 승복’과 ‘국난 극복을 위한 통합’을 일성으로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박희태, 김진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우 의장은 “국론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이라는 과제 해결에 국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고, 김 전 의장은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국회가 100% 승복해야 하며 서둘러 ‘개헌 열차’를 발족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질서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해야 한다’며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헌재가 민주당의 압박에 굴하지 말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며 탄핵 기각·각하 결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어떤 결과든 승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명확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불복’이나 ‘유혈사태’ 등을 거론해 여야 갈등도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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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결과가 어떻든 헌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이제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헌정 질서를 지키고 헌재의 판단을 온전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국민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판단을 부정하고 불복을 선동하는 순간, 더 이상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공적 질서를 말할 자격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날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국민적 불복·저항 운동’ 등을 언급한 데 대해 “헌재의 불의한 선고에는 불복·저항해야 한다며 불복 운동을 예고한 것은 헌정 질서를 거부하는 위험한 언사”라며 “국회의원으로서 헌법 수호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기본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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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재명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짧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출연한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헌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승복 의사를 밝힌 적 있지만, 공개 석상에선 즉답을 피하면서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내에선 탄핵 기각 시 불복·저항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탄핵 기각·각하시 승복 불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승패를 가리려는 시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사회 전체의 분열과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를 비롯해 윤 대통령까지 명확한 승복 선언과 함께 격앙된 지지층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내에서 ‘유혈 사태’니 ‘불복’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공당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으면 설령 조기대선에서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도 여러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강성 지지층 등에게 승복 메시지를 명확히 전해야 한다”며 “승복을 통한 혼란 최소화가 포스트 탄핵 정국을 위한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