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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델타 변이 확산에도 영국에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었다. 열흘 전 방역 규제 완전 해제를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라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까지 7일 연속 하락했다. 전날엔 확진자 수가 2만3511명까지 줄어들었는데,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4만6558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은 다소 늘어난 2만7734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직전주 대비 발병 건수가 36.1%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9일 ‘자유의 날’을 선언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 착용 △모임 제한 등 기존의 방역 규제를 완전히 해제했다. 당시 신규 확진자 수가 17일 기준 5만4674명을 기록할 정도로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거셌지만, 영국 정부는 이날 방역 규제를 완전 해제한다는 기존 계획을 그대로 강행했다.
세계 각국 보건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시기상조라며 우려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방역 규제 해제로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같은 우려와 달리 지난 며칠간 영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오히려 줄어들자 전문가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일주일 넘게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이동량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코로나19 검사를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보유한 항체 효과가 나타나면서 집단면역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에선 현재 성인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쳤고, 88%는 한차례 이상 접종을 받았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폴 헌터 교수는 “영국은 집단면역에 도달 중일 수 있다”며 확진자가 다소 늘 수는 있지만, 이전처럼 급격한 상승세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집단면역 형성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지역적 차이 때문에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누구도 하나의 대답을 내놓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역 규제를 해제한 부작용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나면 확진자가 다시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확진자 수는 줄었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달 10~20명대를 유지했던 하루 확진자 수는 이날 91명으로 증가했다. 전날엔 지난 3월 23일 이후 처음으로 100명대를 넘어 131명이 숨졌다.
영국 정부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L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려선 안된다. 바이러스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