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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밀리는 이유는 단순한 주문 폭증만이 아니다. 업계 전체의 연간 제조 능력은 60~70GW 수준인데 반해 주문량은 110GW 안팎에 이른다. 터빈 내부에서 1000도 안팎의 고온을 견뎌야 하는 핫섹션 주조품 생산이 병목 지점으로 꼽히고, 10여 년 전 인력을 줄인 뒤 다시 채우지 못한 용접공과 기계공 부족, 현장 설치를 맡을 계약업체 부족도 겹쳤다. 그 결과 신규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에 걸리는 기간은 2023년 3.5년에서 현재 5년 안팎으로 늘었고, 일부 대형 설비는 7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력 공급을 기다리는 줄도 길어지고 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는 약 8200건이며, 여기 묶인 발전설비 용량은 1312GW, 저장설비는 749GW에 이른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이 대기줄에 계속 더해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가스터빈 자체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디지털이 투자한 베이스일렉트론은 지난 3월 밥콕앤드윌콕스(B&W)와 24억 달러 규모의 설계·시공 계약에 대한 착공 승인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300MW급 천연가스 보일러 4기로 스팀을 직접 만들고, 지멘스에너지가 공급하는 스팀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가스를 태워 먼저 가스터빈을 돌리고 그 배기열로 스팀터빈을 추가 가동하는 기존 복합화력 방식과 달리, 가스터빈 단계를 처음부터 빼버린 설계다. 총 발전용량은 1.2GW이며 2028년 말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B&W는 지멘스에너지와 50MW급 스팀터빈 20기, 총 1GW 규모의 추가 계약도 맺었고 이 물량은 12~15개월 안에 공급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디지털의 웨스 커민스 최고경영자는 지금 가스터빈을 주문하면 공급 시점이 2031~2032년으로 밀린다고 말했다. B&W의 케네스 영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약이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지원하는 회사의 전략적 역할을 보여준다고 밝혔고, 지멘스에너지의 토비아스 판제 수석부사장은 자사 스팀터빈 기술이 이 정도 규모의 시설에 필요한 성능과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흐름을 속도 경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지금 속도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터빈 설치를 하루 앞당길 때마다 100만달러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반면 최승신 C2S 대표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력을 조달하려는 지금의 흐름이 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터빈 공급 부족을 피해 가려는 시도는 보일러·스팀터빈 조합에 그치지 않는다. 캐터필러, 바르질라 같은 업체가 만드는 왕복동 엔진도 AI 데이터센터용 1차 대체 전원으로 떠오르며 수주가 2028년치까지 채워진 상태다. 연료전지나 폐지 예정이던 석탄 발전소의 가동 연장 같은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터빈 한 종류의 공급난이 미국 발전설비 시장 전체의 선택지를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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