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막 서울시무용단 ''사계'' 안무
한국무용 대가 국수호와 협업
사계절에 빗대어 표현한 인생
"추상과 서사로 색다른 재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용은 무용이죠.”
| 서울시무용단 ‘국수호·김재덕의 사계’의 안무가 겸 음악감독 김재덕. (사진=황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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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현대무용가 겸 음악감독 김재덕(40)이 내린 무용의 정의다. 무용, 그중 특히 난해하고 어렵게 여겨지는 현대무용 공연을 볼 때 굳이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김재덕은 “고조선 때 우리 선조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꼈을 것”이라며 “안무가로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무용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각각의 생각에서 공통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몸의 순수성을 추구하며 다양한 움직임을 무대 위에 펼쳐온 김재덕이 서울시무용단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국수호·김재덕의 사계’(이하 ‘사계’)를 통해서다. 김재덕이 한국무용 대가 국수호(76)와 공동 안무한 작품. 인생의 순환을 사계절에 빗대어 표현했다.
김재덕이 원로 한국무용가와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시무용단으로부터 신작 안무를 제안받은 김재덕은 “혼자보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무용가 선생님과 협업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으로 국수호와의 공동 안무를 제안했다. 국수호 또한 이를 흔쾌히 수락해 이번 작품이 완성됐다.
| 서울시무용단 ‘국수호·김재덕의 사계’의 연습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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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라는 제목은 김재덕과 국수호의 대화에서 탄생했다. 사람의 인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제목처럼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김재덕이 생명의 탄생과 청춘을 상징하는 ‘봄’과 ‘여름’을, 국수호가 중년과 나이 듦을 보여주는 ‘가을’과 ‘겨울’을 각각 안무했다. 음악은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김재덕이 작곡했다.
김재덕은 무용가로서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서사구조를 배제하고 움직임 중심의 표현을 추구한다”고 자주 소개한다. 반면 국수호는 한국무용가답게 작품에서의 서사를 중요시 여긴다. 안무 철학이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각자 안무한 동작을 참고하며 작품 속 봄·여름과 가을·겨울이 하나의 공연으로 어우러지는데 초점을 맞추며 작업에 임했다.
김재덕은 “내 작품은 의미를 생각할 필요 없이 무용수들의 몸이 보여주는 다양한 선과 힘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며 “‘사계’에서도 ‘봄’과 ‘여름’은 김재덕의 관점에서 바라본 봄, 여름의 느낌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수호 선생님이 안무한 ‘가을’과 ‘겨울’은 선생님 나름의 서사와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김재덕의 추상에서 시작해 국수호 선생님의 서사로 흘러가는 작품의 흐름이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로 다가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 서울시무용단 ‘국수호·김재덕의 사계’의 연습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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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안양예고로 전학을 가 뒤늦게 무용을 배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나온 그는 졸업 이후인 2005년 첫 안무작 ‘크레셴도’로 현대무용가로 정식 데뷔했다. 2006년 ‘다크니스 품바’를 선보이며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을 창단해 20년 가까이 활동 중이다. ‘다크니스 품바’는 한국 현대무용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한 작품 중 하나로 현재도 국내외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김재덕은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싱가포르 T.H.E 댄스 컴퍼니 해외 상임 안무가로 매년 싱가포르에서 신작을 안무하고 있다. 최근엔 말레이시아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코레이시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김재덕은 “무용가로 계속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라며 “모던테이블 단원들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춤을 추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