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판교 코스맥스 R&I 센터에서 만난 홍연주 향료랩(lab)장(이사)은 당시 전시회를 떠올리며 “관람객들은 향에 이끌려 쉽게 왕실 문화로의 초대에 응하게 된다”며 “이것이 향기가 가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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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향료를 개발해 온 홍 랩장에게도 센테리티지 프로젝트는 특별하다. 기업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한국 고유의 향기를 보존한다는 선한의지가 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발 과정은 다른 프로젝트와는 비교할수 없게 까다롭고 고달프다.
홍 랩장은 “단순히 향기만 개발한다면 화학적인 기술로 그저 비슷한 (예컨대)매난국죽의 향을 재현하면 그만이다”며 “하지만 센테리티지는 조상들이 사랑했던게 정말로 그 향기가 맞나?”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조상들이 사랑한 향기는 사실 문헌으로 고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센테리티지는 문헌 고증으로부터 시작한다. 여러 문헌에 어떤 향이 나온다면 일단 그 향에 대한 스토리 콘셉트를 잡는다. 스토리 콘셉트에는 존경할만한 조상이나 사건, 역사적 배경이 그 향을 설명해줄 재료로 등장한다. 적당한 장소에 가서 향기를 포집하고 현대의 후손들의 기호성까지 체크한 후 합당할 때 향료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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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랩장은 “스토리에 맞는 전통 오얏꽃을 찾는게 가장 중요했다”며 “종묘에 전통 오얏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비영리목접으로 하는 프로젝트라는 설득 끝에 오얏꽃에서 향기를 포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생화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센테리티지는 화학처리를 하지 않고 생화에 유리병이나 비닐봉지 등을 씌워 장시간에 거쳐 향기를 포집하는 기술을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안동 서원의 배롱나무 꽃향 △강릉의 여류문인의 매화나무 꽃향 △홍성의 조선문신의 오동나무 꽃향 △충북 전통 먹장인의 송연먹향 △한국의 뿌리 고려인삼향 △선비의 오랜 벗 석창포향 등 15종의 향이 복원됐다.
홍 랩장은 지난 9월에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선보일 ‘오월 빚고을 향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5개월이나 앞선 지난 4월 광주에 내려갔다. 광주 전역에 피어나는 이팝나무꽃향이 광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 국립 5·18민주묘지의 진입로, 광주시청 앞 대로변, 광주시내 전역의 가로수, 천연기념물 몇 그루 등 이팝나무 서식지를 둘러보고 광주시청의 이팝나무를 정해 이를 포집해 ‘오월 빚고을 향기’를 만들어냈다. 순백색의 이미지에 깨끗한 비누향기와 비슷한 이팝나무향은 그 무렵 함께 작업한 모란향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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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랩장은 “다양한 한국 고유의 향으로 글로벌 고객사에게 한국적인 향기를 소개할 수 있다”며 “개발된 향료는 한국적인 성격이 들어가는 향수나 샤워코롱, 디퓨저 등 다양한 방향 제품과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랩장은 세테리티지 프로젝트 외에 메타버스와 향기를 접목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가상공간 구찌 가든을 들어가봤는데 색감이 너무 예뻤지만 정원을 표방하면서도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웠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시각·청각처럼 후각도 간접 경험이 된다면 가상공간이 좀 더 진짜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뇌공학과 연계해 후각을 간접경험 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