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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5%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8%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연속 1%대다.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치인 2%보다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다. 생활물가지수는 1.5%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0.1%오르는데 그쳤다. 지수만 보면 밥상물가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와 거리가 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대비 0.2% 올랐지만 특정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급등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인한 채소값 상승이 대표적이다. 7월 시금치 물가는 지난달에 비해 50.1% 뛰었다. 열무(41.1%)와 배추(39.0%) 상추(24.5%)도 폭등했다. 고온에 취약한 채소들이 7월 중·하순 기록적인 폭염으로 마르거나 타죽은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7월 초 1630원에서 7월말 350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이들 물가는 높지 않다. 상추의 경우 오히려 25.7% 하락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매년 여름에는 폭우와 폭염 등으로 채소류 물가가 많이 오르는 편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덜 오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물건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1년 단위가 아니라 월단위 또는 주단위로 가격변화를 인식하는 것도 물가 변화가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1년 전 배추가격보다 한 달 전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소비자들은 가격하락보다 상승에 민감하다. 전반적인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당국의 연단위 접근방식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체감물가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지출 비중이 높은 생활물가지수와 과일, 채소, 생선 가격을 떼어내 만든 신선식품지수가 매달 발표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또다른 이유는 기준시점과 가중치 때문이다.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는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그런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준이 바뀐다. 장마가 긴 시기에는 우산, 장화 등을 많이 사고 폭염이 길어지는 최근에는 에어콘 등 냉방용품을 많이 산다. 상황에 따라 품목도 가격도 달라지는데 비해 통계는 일관성을 이유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편이 이뤄지는 해까지는 생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 당국이 물가지수를 만들어 확인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인데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통계청이 보다 체감물가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통계 기준 시점을 최근으로 바꾸기로 했다. 황수경 통계청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물가에 적용하는) 가중치 기준시점을 2015년에서 2017년으로 최신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품목별 비중을 분기단위(일부 품목은 월단위)로 바꿔가며 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