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입법·사법·행정 아우르는 ‘72인 방어막’ 구축
경실련 분석 결과 최근 6년간 쿠팡 및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전직 공직자는 최소 7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입법 로비군(25명), 사법·수사 방어군(22명), 정무·여론 장악군(17명), 행정·규제 대응군(8명)으로 나뉘어 쿠팡의 거대한 ‘전관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 단일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규모의 인적 결합이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이들이 규제 사각지대를 뚫고 쿠팡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무력한 심사 제도가 있었다. 조사 기간 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승인율은 100%를 기록했다. 심사 대상 438건 중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원 취업이 허용된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역시 심사 대상 5226건 중 4727건(90.45%)을 승인하며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전관들의 이해관계 기업 행렬은 쿠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국회 퇴직 공직자 중 과반(57%)이 민간기업으로 진출했으며 이 중 28.77%가 삼성, 현대, SK, LG 등 대형 재벌 계열사로 향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쿠팡은 16건으로 영입 1위를 기록했으며, LG(11건), SK(10건), 삼성(9건) 등이 그 뒤를 이어 규제 및 입법 이슈가 많은 기업일수록 전관 영입에 ‘전략적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 부처 상황도 비슷하다. 고용노동부(96.2%), 법무부(94.9%), 환경부(89.7%) 등 주요 5개 부처의 취업 심사 승인율은 평균 90% 안팎에 달한다. 전문성과 공익성 등 추상적인 ‘특별한 사유’를 근거로 취업을 승인받는 사례가 빈번해 취업제한 제도가 전관예우와 관경유착을 막는 거름망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특히 심사 기준이 엄격한 2급 이상 고위직보다 실무 권한은 막강하면서도 심사가 느슨한 3~4급 실무자(보좌진, 과장급)를 집중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국회 보좌진의 경우 실제 입법 정책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아닌 ‘부서(의원실)’ 단위로 심사를 받는 맹점을 악용해 96% 이상이 규제망을 빠져나갔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리스크 시점마다 ‘핀셋 영입’…조직적 행정 방해 정황
이러한 전관 영입은 기업의 치명적인 리스크 발생 시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2020년 노동자 연쇄 사망 직후 국정감사 방어용 보좌진을 채용했고 2021년 산재 리스크 대응 시기에는 관세청과 식약처 전관을 수혈했다. 2025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및 산재 사망 사고가 터진 해에는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실무진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조직적인 행정 방해 정황도 구체적으로 폭로됐다. 쿠팡의 내부 위기관리 대응 지침(EHS-CFS-PG-07)에는 대관팀(GR)의 핵심 미션으로 ‘고용노동부 작업중지 명령 저지’를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전관들을 통해 노동부의 조사 범위 등 수사 기밀을 실시간으로 입수하고 수사 방향을 왜곡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실련은 이 같은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의 채용 문제를 넘어 국가 사정 시스템 전체를 포획하는 중대한 공익 침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신현기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은 “이미 관련 법령이 존재함에도 공직자윤리위와 인사혁신처가 취업 승인을 남발하고 사후 조사권을 방기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감사원이 두 기관의 행정적 태만을 엄중히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번 감사 청구와 별도로 수사 기밀 유출 및 불법 로비 정황이 확인된 핵심 관련자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정식으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또 인사혁신처를 향해서는 실효성을 상실한 부서업무기준 심사의 허점을 차단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