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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평가"vs"문제 없어"…서울 국제중 존폐, 공은 교육부로(종합)

신중섭 기자I 2020.06.25 17:21:44

서울 대원·영훈국제중 지정취소 청문 절차
학교 측, 지표신설·배점기준 변경 부당성 강조
"갑작스러운 지표신설·배점 변경 없었다면 통과"
교육청 결정 유지될 듯…교육부도 동의 전망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국제중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한 청문 절차가 25일 진행됐다. 교육청의 교육부 동의 요청 전 마지막 항변 기회인 만큼 두 학교는 평가지표 공개시기와 지표 설정의 문제점 등 이번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의 부당성을 적극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만큼 결정 번복없이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할 전망이다.

서울 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이 25일 국제중 지정취소 청문이 열리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국제중 측, 평가지표 공개시기 부당함 등 강조

서울시교육청은 종로구 학교보건원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원국제중을, 오후 3시부터는 영훈국제중을 대상으로 청문을 진행했다. 청문은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대한 학교 측의 소명을 듣는 자리로 교육부 동의 요청 전 국제중에 주어진 마지막 항변 기회다. 청문 주재는 정연순 법무법인 경 대표변호사가 맡았으며 각 학교 교장과 교감, 변호사,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청문은 논쟁보다는 학교 측의 주장 위주로 진행됐다. 두 학교는 이번 평가에서 지표나 배점이 국제중에 불리하게 신설·변경됐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특히 △평가 기준 점수 60→70점 상향 △감사지적에 따른 감점 5점→10점 상향 △학교 구성원 만족도 총점 15점→9점 하향 등을 부당하다고 봤다. 더욱이 지난 5년간의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지난해 말에야 변경된 평가기준을 공표한다는 건 행정절차법상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기준점수 70점에 각각 4.2점과 4.1점씩 미달해 지정 취소됐다. 학교 측은 갑자기 신설된 지표로 인한 감점만 없었으면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됐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혹은 `학교 구성원 만족도` 지표만이라도 기존 배점기준이 유지됐거나 다른 교육청의 올해 배점과 동일했어도 지금보다 6.9점을 추가 획득, 평가에서 통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각각 무려 81쪽, 5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은 청문 후 “평가 기간 5년이 흐른 후 지표나 배점, 기준을 변경한 것과 일부 지표의 부당함에 대해 소명했다”고 말했다.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도 “이번 평가는 어제까지 도로에 있던 횡단보도를 갑자기 지우고 어제까지 그 횡단보도를 건너다닌 사람들이 5년간 무단횡단 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청문장 밖에서도 장외 여론전이 벌어졌다. 대원·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은 빗속에서도 `불공정한 평가기준, 지정취소 결사반대`, `특화교육 YES! 특권교육 NO!` 등을 내용으로 한 플래카드를 들고 종일 시위를 진행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귀족학교인 국제중 재지정 취소절차는 중단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청 결정 번복 없을 듯…교육부도 동의 예상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에 오류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지정취소 결정이 뒤집히진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평가에서 영훈국제중이 지정취소를 받았음에도 2년간 유예 통보를 받아 2017년 재평가에서 기사회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지정취소 유예를 할 만한 하자가 없다는 게 교육청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청문 의견을 종합 검토하겠지만 결정을 뒤집을 만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문 이후 청문 주재자는 청문 조서를 작성해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한다. 이후 학교 측의 조서 열람 등을 거쳐 주재자가 청문 의견을 내놓으면 서울시교육청은 청문일로부터 20일 안에 교육부에 동의를 신청해야 한다. 교육부는 동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 교육감에게 즉시 통보한다. 늦어도 9월초에는 국제중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교육부도 서울시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동의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당시 교육부는 교육청으로부터 동의 요청을 받은 전국 자사고 11곳 중 전주 상산고를 제외하곤 모두 동의 결정을 내렸다.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다른 교육청과 달리 사회통합전형 지표 설정에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국제중 측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지정취소된 자사고들의 주장과 가까운 만큼 부동의 결정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부가 부동의 하더라도 곧바로 폐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원·영훈국제중은 교육부 부동의 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국제중 지위가 유지된다. 지난해 지정취소 자사고들도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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