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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노조 갈등 부각…하루 전날까지 본계약 장소·시간 안나와
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당초 예정대로 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본계약을 정상 추진할 전망인 가운데, 첫 과제인 노조 설득에 봉착한 모양새다. 본계약 하루 전날임에도 본계약 체결식이 열릴 장소와 시간은 미정인 상태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실력저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파업안이 통과된 이후 “본계약 저지를 위해 물리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달 4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실사단의 서울사무소 방문을 막기 위한 저지단을 꾸렸고, 6일에는 경남 거제에서 진행하려던 산업은행의 기자간담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8일에는 전 조합원의 청와대 상경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본계약 체결식도 실력저지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노조와의 갈등 상황 속 본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더 큰 난관들이 줄이어 남아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본계약 체결 이후 곧바로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는 동시에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진행하게 된다.
◇각국 기업결합심사 최대 관건…“고객 우위 시장, 독과점 문제없어”
기업결합심사는 1위 조선사 탄생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꼽힌다. 특히 기업결합심사는 우리나라 정부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전세계 주요 국가 승인을 모두 받아야만 한다. 당장 일본과 중국의 경우 자국 조선사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EU 등은 선사들을 중심으로 계산기를 두들 길 가능성이 높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전세계 수주잔량 점유율은 20.9%(현대중공업그룹 13.7%, 대우조선해양 7.2%) 수준이다. 이중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만 떼어놓고 보면 양사의 점유율은 56.6%(현대중공업 11.1%, 현대삼호중공업 16%, 대우조선해양 29.5%)에 육박한다. 독과점 등 이슈에 따라 기업결합심사 결과 승인이 거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 현대중공업 측은 “국내의 경우 1999년 정부 주도 빅딜로 하늘의 한국항공우주(KAI), 육상의 현대로템 등 점유율 100% 수준의 합병이 성사된 바 있다”며 “또 해외의 경우 크루즈 시장에서 피칸티에리가 STX프랑스 지분 50%를 인수했던 지난해 초 당시 수주잔고 기준 양사 점유율은 50%를 넘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 공급자의 점유율 증가만으로 시장을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했던 합병”이라며 “조선시장 역시 강력한 고객에 의해 좌우되는만큼 독과점 이슈를 극복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의 반대 우려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앞서 조선소들을 통폐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으며, 중국의 경우 현재도 이같은 인수합병이 전개 중인만큼 반대 논리를 세우기 쉽지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업결합심사에서 무사히 각국의 승인을 얻어낸다면 이후 과정은 시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현물출자 받게 되며, 이어 현대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기업결합심사에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느냐이며, 대략 올해 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