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의 동거동락] 제주항공 참사 1주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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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 기자I 2025.12.30 14:02:47
인천공항과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비교(사진=KBS뉴스)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는 이날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갔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 수많은 항공사고가 있었다. 2020년대 들어서 지상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던 적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이 사고는 물론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운항 중인 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사고)로 인해 기체결함이 생긴 천재(天災)로 시작되었으나, 모든 사망자는 인재(人災)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참 안타까운 점이다.

참사 직후, 아니 그 전부터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문제가 제기되었다. 로컬라이저란 모든 공항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계기착륙장치’, 즉 비행기가 안전하게 공항에 착륙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다. 활주로 끝자락에 위치하며 착륙하는 항공기의 조종사에게 항공기가 활주로에 정확히 정렬될 수 있도록 수평 위치와 좌우 편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 로컬라이저는 보통 철근 구조물로 되어있으며, 철근을 고정할 콘크리트 기초는 지면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 정석이다. 전 세계 모든 공항은 이런 설계방식을 따르는데, 문제의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면 위 2m나 솟아 올라와 있고 그것을 흙으로 덮어둔 형태였다. 철근 구조물은 바로 그 2m 둔덕의 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 로컬라이저의 형태 때문에 비행기가 충돌 후 대폭발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사고 직후에 빗발쳤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과 국토교통부 고시 모두 로컬라이저는 최대한 파손이 쉬운 소재(frangible)를 적용하라고 언급되어 있다. 이는 항공기가 이착륙시 활주로를 오버런(overrun)할 경우 로컬라이저랑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한민국 국적기들도 ‘파손이 쉬운 소재로 만들어진’ 로컬라이저에 의해 인명손실을 최대한 줄인 수혜를 받은 적이 있다. 2022년 10월 24일 필리핀 세부국제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에서 항공기가 오버런하며 로컬라이저 및 착륙 유도등에 부딪혔음에도 승객과 승무원은 가벼운 부상만 입고 탑승객 173명이 전원 생존했다. 만약 세부공항의 로컬라이저 또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처럼 콘크리트와 흙으로 된 둔덕 위에 세워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어렸을 때부터 세계 각지를 연주 및 국제콩쿠르 참가로 인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녔다. 어림잡아 최소 200번은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착륙 직후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터미널로 향하려고 우측이나 좌측으로 선행할 때, 필자는 항공기 창문 밖으로 (그것이 뉴욕 JFK공항이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든,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이든, 인천국제공항이든) 몇 번이나 로컬라이저라는 구조물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로컬라이저는 둔덕 위에 높이 솟아 올라와 있는 적을 본 적이 없다.

사고 당시에도 그리고 이 칼럼을 쓰기 위해서 최근에도 필자는 사고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았다. 엔진 고장 그리고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비행기는 동체가 온전한 채로 활주로에 닿은 후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만약 로컬라이저가 둔덕 형태가 아니었다면 제주항공 2216편에 탑승해있던 179명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고 원인이다. 그런데 사고 후 수습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이 참사의 사후처리에 발벗고 나서야 할 국토부의 행태가 핵심인데, 2025년 6월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유가족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토부와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특별법이 시행되어 보상에 대해서 잡음이 있었음을 알려준 이후에야 국토부와의 협의가 마무리 지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항공 참사나 철도 사고를 조사하는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유족간의 간극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유족 측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종사 과실로만 규정하려 한다며 지속적으로 반발했다. 유족들은 총리실 산하의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참사 1여 년 후인 2025년 12월 22일에나야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팀이 참사가 일어난 지 1년만에 꾸려진 셈이다.

필자는 2025년 1월 2일 직접 무안공항에 가서 봉사활동을 자청했다. 원래 내 지역 전도유망한 정치인과 함께 가려했으나, 그분은 광화문 합동분향소 참배로 대체한다고 하여 나 혼자 다녀왔다. 가보니 다행히도 이미 전국 각지에서 보낸 물자와 인원이 넘쳐났다. 워낙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와서 우리는 몇 그룹으로 나뉘어 쉬는 시간이 실제 봉사 시간에 맞먹을 정도로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 중 몇몇은 할 일을 달라고 운영진 측에 요구할 정도였으니. 대한민국의 온정을 실제로 겪어보니 우리나라는 아직 따뜻한 나라라는게 체감되었다. 이런 깨어있는 국민성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흡하다. 무슨 사고가 일어나면 그 이후에나 일처리를 똑바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1년이 지났다. 179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의 한이 서린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규명을 하루빨리 제대로 하여 책임을 물을 곳에는 확실히 책임을 묻고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를 차례로 밟아나가기를 바란다.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각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문화 및 사회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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