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배우 출현에 헐리우드 ‘발칵’…유명 배우들 “인간 창작 모욕”

방성훈 기자I 2025.10.01 14:43:19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 섭외 소식에 비난 쇄도
업계 “AI가 노동·창작물 무단 학습·활용” 비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헐리우드 영화계가 인공지능(AI) 여배우의 등장으로 들끓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가 실제 배우로 섭외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존 배우들과 창작자들 사이에서 “인간 노동을 도둑맞았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AI) 여배우 틸리 노우드. (사진=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30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AI 여배우가 인간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유명 배우들과 창작자들의 반발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헐리우드 매체 데드라인(Deadline)이 헐리우드 제작사들이 AI 배우 활용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일부 에이전시들이 AI 여배우 틸리를 ‘실제 배우’로 섭외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촉발했다.

틸리는 갈색 웨이브 머리에 맑은 피부를 가진 젊은 여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올해 2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해왔다. 틸리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크린 테스트에 참여했다거나,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등 차세대 스타 지망생처럼 그려진 일상 게시물을 게재해 왔다.

틸리는 실제로는 AI 스타트업 ‘파티클6’(Particle6)의 창업자 엘린 판 데르 벨덴이 만들어낸 ‘가상 배우’다. 이를 증명하듯 틸리는 최근 한 게시물에서 “20초 만에 괴물과 싸우고, 폭발에서 도망치고, 자동차를 팔고, 오스카 상까지 거의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하루만에”라는 글과 함께 ‘AIActress’ 해시태그를 올렸다.

그럼에도 틸리를 배우로 쓰겠다는 제작사가 나타나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왕좌의 게임’ 출연 배우인 소피 터, ‘엄브렐라’·‘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 출연한 카메론 카우퍼스웨이트, ‘노스페라투’의 랄프 이네슨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의 거센 비판에 판 데르 벨덴은 “틸리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창작의 한 형태다. 애니메이션·인형극·CGI처럼 AI도 이야기를 만드는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며 “AI 캐릭터는 인간 배우와 비교하기보다는 (애니메이션 등처럼) 독립된 장르로 평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헐리우드 배우·작가·감독들은 “AI가 존재할 수 있는 건 결국 인간의 창작물을 무단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마틸다’·‘미세스 다우트파이어’의 배우 마라 윌슨은 “당신은 아무것도 직접 만들지 않았다. 수백명의 실제 노동자, 사진가, 촬영기사의 자료를 훔쳤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2023년 헐리우드 대규모 파업에서도 핵심 쟁점은 AI의 무단 활용과 권리 침해였다. 당시 노조는 합의를 통해 메이저 스튜디오의 AI 활용 범위를 제한했지만, 제3자의 독립적 AI 활용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AI 모델들은 인터넷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학습했고, 이는 배우 외모, 연기 스타일, 영화 장면의 무단 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주요 미디어 기업들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지난 6월 이미지·영상 생성형 AI 시스템 미드저니를 제소하며 “심슨 가족, 월-E 같은 캐릭터를 무단 재창조했다”고 주장했다. 워너브러더스도 이달 초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오픈AI는 차세대 영상 생성기 ‘소라’(Sora) 업데이트 과정에서 에이전시와 스튜디오에 “저작권자가 별도 동의하지 않으면 AI 결과물에 저작권 자료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했다. 앞으로는 현대 작가나 인플루언서 스타일을 모방한 AI 영상 제작을 차단하고, 공인이 본인 초상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거부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헐리우드 업계는 이러한 조치가 소송전과 창작자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배우는 결국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이번 논란은 AI 시대 예술·노동의 경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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