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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교 '내신문제 유출' 의혹 사실로…최상위권 특별관리도 들통

신중섭 기자I 2019.08.13 17:00:17

수학 기말고사 문제 `수학 동아리`서 사전 유출
고난도 197문항 중 150개 문제집에서 출제
전 학년 우열반 운영하고 과목선택권도 제한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광주의 한 유명 사립고가 시험 문제를 사전 유출하는 방식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을 조직적으로 특별관리한 사실이 적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A고교가 명문대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해 부당한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며 “교장과 교감에 대해 각각 파면과 해임, 부장교사 4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릴 것을 학교법인에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A고교의 3학년 수학 기말고사 문제가 사전 유출돼 재시험이 치러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우수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학 동아리에 배부된 유인물 중 5문제가 지난달 실시된 3학년 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됐다. 또 지난해 치러진 1학년 수학 시험에서도 방과후학교인 `수학 최고급반`에서 다뤄진 특정 교재 문제가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고교는 전체 시험 문제의 70% 이상을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에서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교의 2017~2019학년도 1·2·3학년 수학시험에서 출제된 고난도 객관식과 서술형 문항 197개 중 150개 문항이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문제가 특정 학생에게만 제공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3학년 기말고사 수학 시험에 출제된 5문항 관련, 광주지검에 고발했다”며 “수학 최고급반 교재에서 평가 문항이 출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고교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특별관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는 전 학년 모두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했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통합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기숙사 학생들을 선발했으며 모든 교육활동을 기숙사 학생 중심으로 진행했다.

방과후 학교나 자율학습 동아리 활동, 토요논술 등 심화 교육활동을 특혜 제공하며 일반 학생들과 차별을 뒀다.

과목 선택권을 제한한 정황도 확인됐다.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물리학Ⅱ를 필수로 수강토록 했다. 물리학Ⅱ는 난이도가 높아 다른 일반계 고교에서는 소수 학생만 선택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A고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내신에서 유리하도록 전체 학생이 물리학Ⅱ를 이수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광주시교육청은 A고교를 중점관리 대상학교로 지정해 관리감독도 강화할 예정이다. 선택과목 강제 수강과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학생 과목선택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적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모든 교육과정을 맞추는 등 조직적으로 학교를 입시학원화 했다”며 “학생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고교 교육과정을 재점검하고 현장상담, 연수, 시험관리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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