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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IDF)은 29일(현지시간) 오전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가자지구 국경과 수백미터 거리의 지하터널 입구에서 땅굴을 빠져나온 하마스 대원들과 총격전을 벌여 다수를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단계 작전 개시를 공표한 이후 IDF는 가자시티 주변에 거점을 마련해 서서히 포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정보국장 출신인 아모스 야들린은 “이번 전쟁은 전격전이 아닌 저강도 분쟁으로, 인치, 미터 단위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스가 수십년 간 공들여 구축한 지하터널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이스라엘군 입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지형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터널의 연장 길이는 약 500km로 추정되며,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이 10년 가까이 땅굴을 파괴하려고 시도했으나 제한적으로만 성공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 및 전문가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길게는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에 붙잡힌 200명 이상의 인질,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 등이 전쟁 장기화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는 공습 및 지상전을 중단하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대내적으로 가자지구에 지상 병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정치적 입지가 대폭 약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데다, 이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이 1400명에 달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외국 국적자가 다수 포함된 인질 구출에 실패할 경우에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 포로와의 교환을 조건으로 일주일에 두 명씩 석방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군을 투입하되 조심스럽게 전진하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정부를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면전을 벌일 경우 민간인 피해가 급증해 헤즈볼라와 이란에 개입 명분을 제공하는 등 확전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과 유럽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 진영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 등 확전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확전시엔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천천히 진행하더라도 확실하게 하마스를 절멸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은 더이상 가자지구가 반(反)이스라엘 폭력의 근원지가 되지 않길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과거와 명백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