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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부터 대학들의 평가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총장들이 “교육부 평가 받다가 총장 임기가 끝난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대학들의 의견을 반영, 대학진단의 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4년제 일반대학 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2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19년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시간강사 고용과 처우개선에 대학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읍소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부총리의 모두발언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학 총장들이 퇴임할 때 소감을 물어보면 임기 4년간 평가받다가 끝났다고 한다”며 “대학에 자율성을 준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부 교육부 평가와 관련이 있어 대학 스스로 뭔가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과 관련해 평가할지 말지부터 시작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까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교협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진단은 정원감축·재정지원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대학 살생부’로 불린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진단에서는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비롯해 전국 116개 대학이 하위 36%에 포함, 올해부터 정원감축·재정지원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유 부총리는 “그간 교육부가 대학을 압박하고 관리 대상으로 삼았기에 퇴임하는 총장이 ‘평가받다가 임기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오는 2021년에 실시할 차기 대학진단에서는 대교협과 합의를 도출, 이를 토대로 평가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대교협 정책협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책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오는 8월 시행될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과 관련해 총장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부산의 모대학 총장은 “교육부가 시간강사 고용 유지를 잘 관리하느냐를 평가기준으로 삼겠다고하는데 교육부 평가에서 핵심지표로 반영되는 교원확보율 제고와 시간강사 고용은 상충되는 면이 있다”며 “이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시간강사 고용을 전임교원확보율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전임교원확보율을 산출할 때 시간강사 고용 규모도 반영해달라는 요구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대학은 등록금 동결과 학생 감소로 재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강사법 문제와 관련해 예산이 추가 편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읍소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그동안 대학 평가를 겪으면서 사립대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확대해왔으나 한편으로는 서울 대학의 80%가 이미 공무원 임금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나 내년 예산에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대학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정부도 대학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대해 대학의 부담을 덜고 공정하고 투명한 강사제도가 정착되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와 지원을 해나가겠다”며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학문후속세대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현재 이 부분은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서는 정책을 설계하는 중”이라며 “TF가 구성되면 보고를 드릴 테니 총장들께서 지혜도 모아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는 전국 200개 회원대학 중 139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오는 4월 8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대교협 회장으로는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