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민간 혁신성장을 추구한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하고 세금을 줄일 테니, 기업은 부와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국내 최고역사·최대규모 기업인 하계포럼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제주포럼이 13일 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제45회를 맞은 제주포럼이 재개된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4년째 이어지는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개월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 산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복합 악재를 반영한 듯 이번 포럼의 주제는 ‘힐링과 통찰’로 정해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변화는 더 빨라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위기가 일상이 됐다”며 “관성에 갇히지 않고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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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현 경제상황과 관련, “불확실성은 더 짙어지며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경기침체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많으실 것”이라며 “변화의 본질을 꿰뚫고 무엇을 바꾸고 누구의 마음을 얻어야 할지 솔루션을 찾아 남들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리더, 즉 변화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청강연에서 “정부는 민간보다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몸집을 줄이고 민간에 대한 간섭도 줄일 것”이라며 “민간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주 52시간제 등 규제혁파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인세 및 가업상속세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전 세계가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내려왔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만 거꾸로 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정권 이후 모든 정부가 법인세를 내려왔지만 유일하게 올린 정부가 문재인 정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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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한 전국상의 회장단과 기업인 600여명이 대거 운집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포럼은 많은 기업인이 한꺼번에 몰려 접수마감 8일 전에 조기 마감되는 진풍경을 겪기도 했다”며 “3년 만에 재개된 데다, 복합위기까지 맞물려 명사들의 해법을 듣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불멍·물멍이 인기라고 한다”며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보면 일상의 상념을 잊게 되고 그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했다. 이곳 제주에서 멍도 때리고 내로라하는 국내외 연사들의 말씀을 벗 삼아 통찰과 힐링의 시간을 갖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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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첫날 해외 석학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및 공급망 대란 등 복합위기에 직면한 우리 산업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이 날로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 뒤 “중국 위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독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즈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양극화 확대, 중국의 부상, 기후 위기 등이 미국 주도의 이른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고 언급한 뒤 “그럼에도 글로벌화를 포기하는 건 옳지 않다”며 “특히 유럽연합(EU)과 한국의 협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범 사례로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투즈 교수는 ‘붕괴-금융위기 이후 1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 경제사학자다.
지난해 한미경제학회 이코노미스트상을 받은 거시경제의 대가인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세계경제 공급망 불안, 스태그플레이션, 북한의 안보 및 경제불안 요인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고 강조한 뒤 “불확실성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세계화 전략,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 투자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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