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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등급제 개편…마블링 기준 낮추고 정보 늘린다

김형욱 기자I 2018.08.08 16:52:53

축평원, '소 도체 등급기준 보완 방안' 전국 순회 설명회

소고기. (사진=축산물품질평가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을 낮추고 부위별 품질정보는 늘리는 소고기 등급제 개편을 추진한다. 늘어나는 수입산 냉동 소고기와의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소비자의 선택 폭은 늘리자는 취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품원)이 지난달 말부터 전국 순회 설명회를 통해 공개한 ‘소 도체(屠體) 등급기준 보완 방안’을 보면 정부는 최고 육질등급인 ‘1++’와 다음 등급 ‘1+’의 마블링 기준을 소폭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1993년 소 도체 등급판정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도 국산 소고기를 1++와 1+, 1, 2, 3의 5개 등급으로 구분해 판매 때 표시하고 있다. 2016년 기준 1++ 소고기는 2등급 가격의 1.45배(45%), 1+등급은 1.30배(30%), 1등급은 1.21배(21%) 높다. 이 결과 한우 중 1등급 이상이 1998년 15.3%에서 지난해 72.1%까지 높아지는 등 긍정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등급을 높이기 위한 축산 농가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마블링을 늘리는 과정에서 출하 월령은 2007년 29.5개월에서 지난해 31.1개월까지 늘었고 먹을 수 없는 지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자연스레 일본, 미국산 냉동 수입 소고기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일본산 소고기 와규(和牛)는 평균 사육기간이 28.8개월로 한우보다 짧은데다 이를 2025년까지 24~26개월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 비육우는 출하 월령이 16~22개월에 불과하다. 한우와 이들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차이는 다섯 배 이상(2017년 한우 등심 기준 5.1배)으로 벌어졌고 자급률도 2013년 50.1%에서 2017년 41.0%로 4년 새 9.1%포인트(p) 내렸다. 한우가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면서 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에 마블링 8~9등급(지방함량 17% 이상) 소고기에만 부여하던 1++등급을 7+등급(약 15.7% 이상)까지 확대했다. 마블링 6~7등급에 부여하던 1+등급도 5++~7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1등급은 이전 마블링 4~5등급에서 4~5+등급까지로 축소되고 2~3등급의 마블링 기준은 이전과 똑같다.

육량 등급도 성별이나 품종별로 달리해 지방이 많은 큰 소도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받도록 했다. 축산 농가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수입 냉장육과의 경쟁력을 꾀한 것이다.

정부는 마블링 기준을 완화한 대신 근내지방도 외 육색이나 지방색, 조직감 등 다른 평가기준은 강화해 등급별 품질 저하를 최소화했다. 이전엔 결격 사유만큼 등급을 낮추는 차감식이었다면 새 제도는 항목별 최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결정한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도 일부 늘렸다. 지금까진 찜, 탕, 스테이크, 구이 등 모든 용도의 소고기를 5개 대분할(안심·등심·채끝·양지·갈비)과 21개 소분할(양지 중 차돌박이·치마살 등)로 구분했으나 개편 후엔 구이용에 한해 대분할을 7개(설도·앞다리 추가)로 소분할도 23개로 늘렸다. 부위나 요리 용도별 품질 정보를 제공하는 연도관리시스템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1등급과 1+등급 평균 출하월령이 31.2개월에서 29개월로 2.2개월 줄어들고 축산 농가의 경영비도 마리당 44만6000원(총 1161억원)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축산 농가가 이를 통해 고가의 1++ 등급 외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1+, 1등급 소고기 생산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가격 인하(최대 1㎏당 509.7원)와 함께 실제 구매 정보가 늘어나는 만큼 한우 소비를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축평원은 내달까지 축산 농가 설명회를 이어간 후 관계부처 의견 조회와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12월까지 축산법 시행규칙 개정에 나선다는 목표다. 준비 과정과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시기는 내년 7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소 도체(屠體) 등급기준 보완 방안’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 변경 계획. (표=축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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