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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첫발 뗐지만…상용화까지는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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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I 2026.08.24 16: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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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기간 연 4~5개월에 불과…연중이용 어려워
내빙선 건조비에 보험료 등 금융비용도 부담
러시아 협조 필수인데 대러 제재 진행중
"시범운항 단계서 데이터 확보해 보완해 나가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정부 주도로 북극항로(북동) 컨테이너선 첫 시범운항을 시작하면서 북극항로 개발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운항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짧은 운행 가능 기간과 높은 비용, 러시아 의존에 따른 외교적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실제 운항 여건과 경제성을 확인하고 북극항로 상용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인 팬스타라인닷컴의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는 22일 부산신항을 출발해 오는 30일 북극 해역에 진입할 예정이다. 국적선사의 북극항로 운항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海氷)이 줄어들며 북극항로가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장점은 운항 거리 단축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할 때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의 운항 거리는 약 2만㎞ 수준이다. 북극항로(북동)를 통하면 약 1만 3000㎞로 운항 거리가 약 35%(7000㎞) 가량 줄어든다. 운항 기간도 수에즈운하 항로가 30일이 걸린다면 북극항로는 20일로 약 10일 적다. 특히 올해 들어 중동 전쟁이 발발하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북극항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해상 운송 규모가 큰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 상업 운항에 뛰어들었다. 중국 컨테이너 선사인 ‘시 레전드(Sea Legend)’는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 운항을 개시했다.

업계는 이번 북극항로의 시범운항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운항과 관련한 비용과 실질 이용 기간, 지정학적 요소 등을 고려하면 아직 경제성 효과를 따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북극항로 이용 기간이 연중 4~5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북극항로는 해빙이 가장 많이 녹는 여름을 중심으로 운항할 수 있어 연중 항로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제한된 운항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화물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또 해빙 상태와 기상 여건에 따라 운항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북극항로 활용의 제약 요인이다.

극지 운항을 위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유빙과 저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빙선이 필요하고 해빙 상황에 따라 쇄빙선의 지원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내빙선·쇄빙선은 일반 선박보다 건조비가 높고 극지 운항에 따른 보험료와 금융 비용 등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북극항로(북동)가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만큼 항로 이용과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 측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쇄빙선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항로에 인접한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이 대러시아 제재를 계속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러시아와의 협력이 외교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 제재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면서 북극항로 이용 가능성이 커졌지만 역으로 선박 운항 증가에 따른 북극 생태계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MSC, CMA CGM, 하팍로이드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운항 단계인 만큼 실제 운항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북극항로의 낮은 수심, 운항 가능 기간,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 등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이번 운항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보완책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경제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향후 해빙 상황과 운항 여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부산신항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2천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 성능을 갖춘 이 선박은 이날 오후 출항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한다.(사진=연합뉴스)
22일 부산신항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2천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 성능을 갖춘 이 선박은 이날 오후 출항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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