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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교수…알파벳 부족할라” 서울대생, 잇단 교수 성폭력 중단 촉구

박순엽 기자I 2020.07.28 16:17:43

서울대 학생들, 28일 빗속에서 기자회견·행진 벌여
“권력형 성폭력·갑질 노출…학교, 방지책 마련해야”
논란된 교수 파면·교원 징계위에 학생 참여 등 요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서울대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이 대학 학생들이 교수 사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가해 교수들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빗속에서 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 등 학생단체들은 28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은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고 인권을 침해한 교수들을 파면하고, 교수들의 권력형 성폭력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 단체는 교수들의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 침해로 학생들이 고통받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가 자신의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서어서문학과 A교수를 해임했지만, 학생들은 교수들의 성폭력과 갑질이 학교 곳곳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 등은 ‘미투’ 운동이 벌어지던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사회대·수의대·공대·자연대·경영대·음대 등 단과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유럽 출장에 동행한 대학원생의 호텔방에 강제로 들어가 손을 잡는 등 해당 대학원생에게 성희롱과 갑질을 여러 차례 반복한 의혹으로 음대 B교수가 최근 직위 해제된 사건을 언급하며 “B교수 사건이 공론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대에 C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다”고 성토했다.

학생 단체들은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서울대 교수 사회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알파벳은 26개인데, 이제 20개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스승들을 알파벳으로 부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희지 서울대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은 “그동안 발생한 많은 사건은 교수가 재량을 발휘하는 것을 넘어 갑질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는 교수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여준 학교 책임이 크지만, 그동안 학교 당국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단체들은 교수들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인권 침해 사건을 막으려면 학교 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음대 B교수·C교수 파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책임 있는 해결 △교원징계위원회 학생 참여 즉시 시행 △교수·학생 권력관계 해소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한편 특위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문과 A교수’, ‘수의대 H교수’, ‘자연대 K교수’ 등 그간 논란을 빚은 교수들을 뜻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캠퍼스 내부를 거쳐 서울 도시철도 2호선 서울대입구역까지 행진했다. 참여 학생들은 행진하며 “B교수를 파면하라”, “C교수를 파면하라”, “오세정이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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