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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연립주택, 너도 세월을 겪었구나…정직성 '202231'

오현주 기자I 2022.10.19 20:53:19

2022년 작
''자개회화'' 작가의 초기작 소재 ''연립주택''
실제 거주한 경험·기억, 추상 형태로 밀집
10년만의 연작서 형체없이 색·면으로 남아

정직성 ‘202231’(2022·사진=옵스큐라)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뭉텅뭉텅 구획 지은 저 색덩어리는 평면이 아니라 입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집’이란 얘기다. 지붕도 없이 어느 정도 높이감이 있는 집이라면 대략 윤곽이 나온다. 곳곳에 아파트가 솟아오르기 이전 시절, 서민 삶을 책임지던 ‘연립주택’ 말이다.

그 시절을 함께 살았던 이가 있다. 작가 정직성(46)이다. 캔버스에 붓길을 내던 그 시작을 ‘연립주택’ 연작으로 잡았다는 얘기다. 실제 작가가 거주했던 경험·기억을 추상형태로 밀집했던 건데.

하지만 그 작업은 이내 잊혀졌다. 당시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의 문제였다. 강력한 작품세계가 출현했으니까. 바로 ‘자개회화’다. 물론 붓을 들어 매화꽃 흐드러진 밤 풍경을 화면에 수놓기도 했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도시의 역동성을 찾는 ‘기계’ 연작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세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자개와 옻의 ‘결’과 ‘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이리저리 오려내 촘촘히 붙이고 박아, 흐느끼는 현대적 서정까지 녹여낸 질긴 손끝의 공력이 지나치게 컸던 거다.

‘202231’(2022)은 10년 만의 ‘연립주택’ 연작이란다. 다시 돌아온 연립주택도 세월을 겪었다.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색과 면으로만 남았으니.

22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옵스큐라서 여는 개인전 ‘붉은집 녹색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70×70㎝. 옵스큐라 제공.

정직성 ‘202245’(2022),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90×90㎝(사진=옵스큐라)
정직성 ‘202246’(2022),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90.9×72.7㎝(사진=옵스큐라)
정직성 ‘202230’(2022), 캔버스에 아크릴, 130.3×193.9㎝(사진=옵스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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