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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에게 얼마 줄지 공개부터”…기초연금 개편에 연금행동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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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I 2026.08.25 15: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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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 규모·급여 수준·재정소요·빈곤율 개선 효과 제시 요구
“하후상박 자체 반대 아냐…노후소득 보장 목표부터 정해야”
800만명 가까운 제도 개편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수급자 규모와 급여 수준 등 핵심 수치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준중위소득 연동과 ‘하후상박’이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설계와 재정·빈곤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2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남찬섭(왼쪽부터) 연금행동 정책위원장과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강사,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다. (사진=이지현 기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2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남찬섭(왼쪽부터) 연금행동 정책위원장과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강사,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다. (사진=이지현 기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2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에서 기준중위소득 연동과 하후상박이 가리고 있는 핵심 질문들을 짚으며 이같이 밝혔다.

연금행동은 우선 기초연금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에 연동해야 하는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초연금은 노인의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전체 노인의 70%가 받을 수 있도록 선정기준액을 정한다. 반면 기준중위소득은 가구소득을 기반으로 산정하는 지표여서 두 기준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에 연동하면 어느 수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급자 규모도 달라진다. 현행 방식은 전체 노인의 70%라는 수급 목표가 정해져 있지만 기준중위소득 방식에서는 기준선을 먼저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수급자 규모가 사전에 고정되지 않는다.

연금행동은 기준중위소득 100%를 적용하면 단기적으로 수급자가 현행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90% 등으로 기준을 낮출 경우 수급자가 줄어든 상태에서 개편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현재 기초연금의 경우 100명 가운데 70명에게 지급한다는 목표가 명확하지만 기준중위소득 방식으로 바꾸면 몇 명에게 지급할지 알 수 없다”며 “수급자 규모와 급여 수준, 재정 소요, 노인빈곤율 변화 등을 시나리오별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편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해 온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 수백만원의 근로소득이 있거나 고가 부동산을 가진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일부 사례만으로 제도 전체의 형평성 문제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소득만으로 수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재산과 금융소득 등을 종합해 소득인정액을 산정한다. 근로소득이 높아도 재산이나 금융소득이 적으면 수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반대로 근로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많으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도 구체적인 설계가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모든 수급자에게 적용되는 물가상승 등에 따른 급여 인상분을 상위 수급자에게 적게 적용하고 이를 하위 수급자에게 더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상위 수급자는 명목 급여가 줄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구매력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특히 저소득 노인의 급여를 높이는 것과 이를 기초연금 수급자 내부의 재분배로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는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방식으로 노인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초연금 수급자끼리 돌려막는 방식이 아니라 기초연금 밖에서 별도의 보충급여를 지급하는 방법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덴마크, 뉴질랜드 등에서 별도의 보충연금·급여를 통해 저소득 노인의 소득을 보완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국민연금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쟁점으로 꼽았다.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아직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 하위계층의 급여를 크게 높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급여 차이가 줄어 국민연금 가입 유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656만명 가운데 월 40만원 미만을 받는 사람은 272만명으로 41.4%에 달한다. 노령연금 1인당 월평균 급여액도 70만4000원에 그쳤다. 가입기간이 짧아 추후납부 등을 고민하는 지역가입자에게는 기초연금 급여 수준이 국민연금 가입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관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면서 생계급여가 그만큼 감소할 수 있다. 하후상박 방식으로 가장 저소득층의 기초연금을 크게 올리더라도 실제 소득 증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다만 하후상박이나 기준중위소득 연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찬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은 “하후상박이라는 제도의 원리는 복지제도의 근간이기도 하고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필요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를 반드시 기초연금 내부에서 달성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기준 개편에 대해서도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조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개편에 앞서 노후소득의 ‘보장 목표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 국가가 노인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보장할 것인지 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정기준과 급여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하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후상박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지금은 목표도 없고 얼마를 보장할 것인지 숫자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하후상박이라는 방식부터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800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제도임에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공개 토론이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충분한 숙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정부가 개편안을 공개할 때 기준중위소득 수준별 수급자 규모와 급여액, 재정 소요와 노인빈곤율 변화 등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찬섭 정책위원장은 “정부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개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안 공개 이후라도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충분한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중위소득 연동이나 하후상박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별도의 보충급여를 비롯한 다양한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결국 개편의 목표는 재정 절감이 아니라 노인빈곤을 낮추고 적정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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