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재 발란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 부채 구조가 단순해서 미정산 거래대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매각이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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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의 이번 M&A 계획은 일부 FI와 사전에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발란은 지난 2015년도부터 꾸준히 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발란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은 △신한캐피탈(7.45%) △SBI인베스트먼트(7.06%) △코오롱인베스트먼트(5.15%)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4.59%) △컴퍼니케이파트너스(1.55%) 등으로, 이번 사태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회생절차가 승인되기 전 매각에 성공하면 투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옵션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야기해 왔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합의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SI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안도 있고, 기존 FI들과 합의해서 결론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1억원 초과하고 있고, 누적결손금은 785억원으로 재무상태가 악화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준 미정산 거래대금 규모를 약 15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2022년 3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 역시 10분의 1인 300억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M&A 추진의 또 다른 걸림돌은 명품 플랫폼 업계 자체의 부진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명품 관련 사업을 접은 플랫폼만 4곳에 달하며, 소비 심리 위축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직판 강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된 상태다.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투의 발란 투자 건과 관련해서도 실사 부실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발란 인수에 나설 원매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새벽배송 플랫폼 업체 오아시스가 추진 중인 티몬 인수가 무산될 경우, 발란 인수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11번가 인수에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티메프 사태 등의 여파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후에도 오아시스는 적극적으로 매물로 나와 있는 커머스 플랫폼들과 접촉하면서 유력한 인수희망자로 떠올랐다. 오아시스는 현재 티몬 인수전의 유일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4월 9일 공식 인수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발란은 최근 부실이 터진 곳들과 달리 부채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미정산 거래대금만 해결하면 인수가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