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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 ‘실제 가치’ 역대 최고…주요국 중 가장 높아
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올해 1월 말 기준 115.12(2020년=100)로 전월(113.43)보다 1.69포인트(p) 상승했다. BIS가 제공하는 1994년 이후의 관련 통계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직전 최고치는 2022년 10월 말 112.99로, 이 때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75bp(1bp= 0.0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하기 직전이었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의 통화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얼마나 강한지, 경쟁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무역 비중을 고려해 여러 나라의 통화가 서로 교환되는 비율과 물가 차이를 반영한다. 흔히 우리가 보는 원·달러 환율을 명목 환율이라고 하는데, 한국과 미국의 물가 수준까지 고려한 것이 실질실효환율이다. 재화와 서비스 등에 대한 교환 수단으로써 통화의 ‘실제’ 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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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이 역대 최고치라는 것은 상대적인 가치는 물론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도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비교한 주요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를 봐도 미 달러의 실질 가치가 유로(유로존), 위안(중국), 원(한국), 엔(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러 강세 행진, 관세정책 리스크에 주춤
미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해 8월 말 109.32를 단기 저점으로, 작년 9월 말 108.77에서 10월 말 110.0, 11월 말 112.5, 12월 말 113.43, 올해 1월 말 115.12로 넉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복 과정에서 △미국이 보여준 예외적인 높은 성장세에 더해 △미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금융시장에서 두드러진 ‘트럼프 트레이드’ 등이 모두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를 올리고 성장률은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짙어지는 미국 경기 둔화 신호가 달러화 가치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으로 강달러 압력도 지속되지만 강도는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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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는 장기평균 밑돌아
우리나라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1월 말 기준 91.27로, 전월(9.96)보다 0.31p 올랐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원화의 실질 가치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석달 연속 하락하다 올해 1월에 소폭 반등했다.
역대 최저점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 68.06이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에는 78.65까지 떨어졌다. 근래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