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질병개선치료제(Disease Modifying Therapy·DMT) 개발에 도전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글라세움은 실패 원인 자체를 다르게 해석한다. 문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아니라 세포 기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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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도 바이오젠도 넘지 못한 파킨슨의 벽
파킨슨병이란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사멸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현재 처방되는 레보도파나 도파민 작용제는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증상을 조절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질병 자체를 늦추는 DMT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표적은 알파시누클레인이었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루이소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슈는 프라시네주맙을, 바이오젠은 시네파네맙을 각각 개발하며 알파시누클레인 제거 전략에 도전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임상 2상 실패 후 개발을 중단했다. 로슈 역시 두 차례 중기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파킨슨병 DMT 개발에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글라세움은 여기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알파시누클레인 자체가 질병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 세포 기능 이상으로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쌓여 있으니 그것을 없애면 병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임상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쓰레기가 쌓여 있는 현상만 제거한다고 세포가 다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글라세움은 오토파지에 주목했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부의 손상된 단백질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일종의 세포 청소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글라세움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단백질 하나가 아니라 세포의 정화 기능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고 보고 있다.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알파시누클레인 역시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개발된 물질이 부티글라브리딘이다. 글라세움은 부티글라브리딘을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던 과정에서 오토파지 활성화 효과를 확인됐고 이후 파킨슨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초기 환자 공략…“레보도파 쓰는 시점 늦추겠다”
글라세움이 초기 환자에 집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글라세움은 현재 파킨슨병 임상 2b상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은 진단 후 비교적 초기 단계 환자들이 선정됐다. 유 대표는 이미 상당수 신경세포가 소실된 환자보다 아직 세포 기능이 남아 있는 초기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치료 목표도 명확하다. 레보도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실제로 레보도파는 현재 가장 효과적인 파킨슨병 치료제지만 장기간 사용 시 운동이상증 등 부작용 문제가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가능한 한 늦게 레보도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글라세움은 지난해 진행한 임상 2a상에서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 기능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글라세움은 이를 바탕으로 후속 임상을 통해 질병 진행 억제 효과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글라세움은 지난 5월 말 부티글라브리딘의 2b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고 현재 식약처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글라세움은 올해 하반기 중 허가 여부가 확정될 임상 2b상에서는 환자 수를 100명 이상으로 늘려 약 1년 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우리는 알파시누클레인을 없애는 회사가 아니라 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회사”라며 “파킨슨병 치료의 접근 방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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