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못한다?..법학자들 "문제 없다"

송승현 기자I 2024.12.18 16:58:42

與 "불가능" vs 野 "가능"…임명 권한 설왕설래
법학자들 "국회몫의 대통령 임명은 절차에 불과"
"거부 전례 없어…의문의 여지 없이 임명 가능"
총리실, 韓 권한대행 임명안할 근거 미약 기류↑
재판관 공석 관련 헌법소원도…헌재 "신속 심리"

[이데일리 송승현 최연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가능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은 국회 몫 추천인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문의 여지 없이 임명 가능하다며 국회의 조속한 절차를 촉구하고 나섰다. 총리실 역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근거가 미약하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형식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정미·이미선·김형두·김복형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몫이면 모를까…국회 추천 임명은 논란 여지 없어”

이 논란을 두고 법학자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논란의 여지가 없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되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 몫이 아닌 국회 몫”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지만 그건 형식의 문제일 뿐이라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데 법적, 헌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도 “이번에 임명될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몫이었다면 권한대행의 임명이 불가능할 수 있겠으나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거라 어떤 이유에서든 하자가 없다”며 “헌정사상 대통령이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거부한 전례도 없는 만큼 이번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을 맡았던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몫이었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자를 추천하거나 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3일 뒤 퇴임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정미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전원 교수는 “소수설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를 말 그대로의 ‘현상 유지’만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며 “현상 유지라는 차원에서 헌법재판관 3명이 임명되면 현재 헌재 시스템에서 큰 변화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임명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주변에서 소수설을 주장하는 법학자들은 본 적은 없다”며 “임명 가능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석’ 헌법소원 제기도…헌재는 신속 심리 의지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중대한 사안인데도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논란이 되자 애초 재판관을 추천하지 않은 행위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인 강성민 변호사는 전날 헌재에 퇴임 재판관 후임자 선출 부작위(기대되거나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 위헌확인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법재판관 정원은 9명인데 현재 6명밖에 되지 않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취지다.

강 변호사는 청구서를 통해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임 선임을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당 기간 지체시켜 헌법상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며 “2012년에도 국회가 재판관 후임을 뽑지 않아 위헌심판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 기회에 재판관 공석 사태가 위헌인지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앞서 2012년 제기된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 판단 전 공석이 채워져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2014년 ‘각하 5, 위헌 4로’ 최종 각하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속도를 내겠단 방침이다. 헌재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소추위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에 (탄핵심판) 준비 명령을 내렸다”며 “법사위원장에 오는 24일까지 입증 계획과 증거 목록 제출을 요구했고 대통령에도 오는 24일까지 입증 계획, 증거 목록, 이 사건 계엄 포고령 1호, 그리고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헌재가 대통령실과 대통령 경호처에 발송한 탄핵심판 관련 서류는 송달되지 못했다. 현행법에는 당사자가 재판 관련 서류를 확인하지 않아도 통지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있다. 헌재는 이 부분까지 검토하는 등 심리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는 오는 23일 마은혁·정계선 후보자, 오는 24일 조한창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선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국민의힘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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