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피의사실 공표' 관문 심의위 구성 마음대로?…"실효성도 의문"

남궁민관 기자I 2021.07.15 16:45:48

朴,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 막는다며 개정안 속도
법조계 "檢 수사팀만 유출한다 전제"…실효성 '글쎄'
개정안 따라 합법적 피의사실 공표 관문된 심의위
위원 추천·선정 기준 '전무'…"정권 입맛대로" 우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피의사실 공표 방지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공소제기 전 형사사건에 관한 내용(이하 피의사실) 공표 여부를 판단할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편향적 구성을 통해 선택적 공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법무부)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그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피의사실 공표를 공보관의 입을 통해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사단계별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공개 여부 심의 시 고려사항 등을 마련, 심의위에서 신중히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언론의 특종 보도 과열 경쟁’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인권보호관에 진상조사 권한을 부여해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억제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인권보호관은 검찰 수사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뿐 아니라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전담하게 되며, 그 결과 범죄혐의 또는 비위가 의심된다면 수사 또는 감찰 의뢰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선 피의사실 공표가 자칫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할 우려가 높은 만큼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다만 개정안의 세부적 내용에서 실제로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억제하거나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실효성’ 지적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결국 그간 논란이 됐던 피의사실 공표가 모두 검찰 수사팀에서 나온 것이라 전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범죄라는 것은 상당 기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것으로 피의사실 공표 대부분은 여러 입을 통해 정보가 모여 이뤄지지, 특정 검찰 수사팀원이 통째로 정보를 넘기는 식의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이같은 개정안으로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 발표의 계기가 된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전반에 대해 무려 4개월여 간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을 벌였지만,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는 계속됐다”는 의혹 제기뿐 해당 검찰 수사팀에 대한 혐의점은 끄집어내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으로 정권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 관련 “(합법적 피의사실 공표의) 판단 주체는 각급 청에 있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합법적 피의사실 공표의 관문으로 심의위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 심의위 구성에 대한 규정 자체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관련 규정을 보면 심의위는 일단 대검찰청, 고검,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각각 설치돼, 피의사실의 예외적 공개 여부 및 범위 등을 심의·의결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한 5명 이상 1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민간위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외 위원에 대한 별다른 추천 및 선정 방식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각 청마다 조금씩 방식이 다르며, 통상 각계에 추천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법조계에선 “정권 등 권력의 입맛에 따라 심의위 구성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한 전 총리 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등 사건을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 사례로 꼽아 빈축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이 지목한 사건들은 현 정권 관련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돼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오히려 피의사실 공표가 합당하지 않나”라며 “피의사실 공표 방지는 일반 국민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지, 이같이 정권 관련 수사 보도를 통제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