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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 범행에)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살인 혐의를 적용하되 보복 목적이 인정돼 특가법 위반으로 죄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형법상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특가법상 보복범죄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안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박씨를 자신들의 주거지인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에 감금·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작년 10월쯤부터 지난 5월까지 자신들의 가혹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중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닌 안씨와 김씨는 작년 6월부터 서울 강남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박씨는 한 달 후인 7월부터 이들의 주거지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박씨가 노트북을 파손했다’며 수리비를 빌미로 박씨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시작했다. 또 박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판매하고, 2회에 걸쳐 일용직 노동을 강요하는 등 총 600여만원을 갈취한 정황도 확인됐다. 피의자 일당은 갈취한 돈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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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알게 된 피의자 일당은 지난 3월 31일 대구로 내려가 “서울로 올라가 일하면서 (노트북 수리비) 빚을 갚자”고 협박하며 박씨를 서울로 데려왔다.
이때부터 박씨는 둘의 감시와 감금·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1일부터는 박씨의 외부 출입이 아예 차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월 17일 피해자 대질조사를 위해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둘의 협박으로 박씨는 경찰에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있다”,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등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으나 안씨와 김씨는 불송치 결정된 사실을 모르고 지속적으로 박씨에 가혹행위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했지만, 보복 살인 고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이 사건 범행에 도움을 줬다고 보이는 추가 피의자 A씨를 영리약취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박씨와 고등학교 동창 관계로 피의자들에게 박씨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등 범죄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오전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 상태의 박씨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씨는 영양실조에 몸무게 34㎏의 저체중 상태였고, 몸에는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상황 등에 비춰 봤을 때 박씨와 함께 오피스텔에 거주했던 친구 안씨와 김씨에 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 긴급 체포했다.
안씨와 김씨는 내일 22일 오전 8시에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A씨도 같은 날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