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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과세 논란 피하려 ‘부담금’으로 우회
14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도 금융사 초과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부담금관리 기본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이날 발의된 법안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초과이익으로 규정하고, 초과이익의 40%가 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 사업에 쓰도록 한다. 당장 올해 이자소득부터 적용 대상이다. 기업은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어 횡재세를 도입하면 이중과세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부담금 형태로 부과 방식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학계 등에선 민주당의 횡재세 드라이브와 관련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은행업이 타깃이지만, 횡재세에 맛들이면 다음에 전자·반도체 호황이 왔을 때 횡재세 논의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며 “은행업을 비롯해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혁신, 기술개발,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할 이유가 없어지니 우리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한국 경제성장에도 ‘마이너스’란 얘기다.
당장 은행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되며,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우려도 흘러나온다. 석 교수는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 한국의 영업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이니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철수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재세는 주가와 배당 정책에 영향으로 줘 주주 손실이 확대될 뿐 아니라 주주 이익침해·배임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며 “해외 투자자 자금 이탈로 자금 조달 등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초과이익’을 낮추는 꼼수를 쓸 가능성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횡재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찾게 될 수도 있다”면서 “일정 수준의 이익이 생기면 일부러 충당금을 많이 쌓아 줄이는 등 이익을 ‘평탄화’시켜 회피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별로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시장 혼란·건전성 악화 등 우려”
은행권에서는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는 데 대해 불만도 제기된다. 최근의 고금리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탓인데 과도하게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대출 금리 인하를 비롯한 상생금융 노력과 함께 지난해 기준 1조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며 “은행권의 사회공헌 노력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작년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다양한 대내외 금융위기 속에서 금융권의 수익성에 기반한 자본 건전성을 바탕으로 조기에 위기 회복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었다”며 “횡재세는 자칫 금융시장 혼란과 건전성 악화, 영업활동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16일 금융당국과 회동을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날 ‘횡재세법’까지 발의되면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 종노릇’ 발언 이후 이어진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은 횡재세법 발의로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