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약 포르쉐 운전자 반성문 100건 '물량 공세'…감형 효과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유림 기자I 2026.09.02 13:25:40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준법서약서·단약일지·필사문·독후감까지
선처호소…법조계 "횟수·분량보다 진정성"
피해자 측은 '엄벌' 탄원서 제출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약물을 투약한 상태로 포르쉐를 몰다 서울 반포대교에서 추락 사고를 낸 운전자가 재판부에 100건에 달하는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일 하루에 한 건 꼴로 반성문을 써낸 셈이다. 여기에 영어 필사본과 준법서약서까지 쏟아내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이러한 ‘물량 공세형’ 반성이 실질적인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포대교 추락' 약물운전 혐의 포르쉐 운전자 구속심사 출석 모습(사진= 연합뉴스)
'반포대교 추락' 약물운전 혐의 포르쉐 운전자 구속심사 출석 모습(사진= 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황모(33) 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이날까지 총 100건의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했다.

황 씨의 반성문 제출은 재판에 넘겨진 4월부터 본격화했다. 월별로는 4월 19건을 시작으로 5월 17건, 6월 21건, 7월 22건, 8월 19건을 냈고, 9월 들어서도 이틀 연속 반성문을 냈다. 지난달 6일에는 하루에 두 건을 한꺼번에 제출하기도 했다.

황 씨가 낸 서류는 반성문에 그치지 않았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황 씨는 준법서약서, 단약일지, 재범방지서약서를 비롯해 영어 문장을 옮겨 적은 영어 필사문, 독후감, 기도문 등도 잇달아 제출했다. 본인 명의로 재판부에 접수된 감형 유도성 서류만 110여 건에 달한다.

통상 형사재판에서 구속 피고인이 재판 기간 제출하는 반성문이 1~3건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에 ‘진지한 반성’ 태도를 각인시켜 감형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피해자 측은 황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지난 5월과 7월, 8월에 걸쳐 재판부에 엄벌 탄원서를 각각 제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반성문 공세’만으로는 감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진지한 반성’은 주요 감경 요소로 고려되지만, 횟수나 분량보다는 범행에 대한 자성, 실질적인 피해 회복 여부를 엄격히 따지기 때문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반성문이나 탄원서의 제출 횟수·분량은 감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핵심은 형식적인 다작(多作)이 아닌 진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문만 수십 장씩 제출하는 행위는 오히려 괘씸죄가 적용돼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 씨는 지난 2월 25일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 마약류를 투약한 뒤 포르쉐 차량을 약 5㎞ 몰다 서울 반포대교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황 씨와 피해 차량 운전자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대가 파손됐다. 황 씨는 지난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지난 2월 25일 검은색 포르쉐 차량이 반포대교를 주행하다가 난간을 뚫고 잠수교 인근 한강 둔치로 떨어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검은색 포르쉐 차량이 반포대교를 주행하다가 난간을 뚫고 잠수교 인근 한강 둔치로 떨어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