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의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 참석했던 한 참여자의 말이다.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롯데 주요 계열사 재무 담당자들이 모두 참여한 이 자리에는 롯데측 예상보다도 많은 참여자들이 모여들었고, 시간 관계상 질문을 다 받지 못해 중간에 잘라야 할 정도였다. 롯데그룹의 현재 상황에 대한 시장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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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한 차례 강등되고, 올해 역시 실적 부진이 이어진 여파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졌을 때도 시장의 반응은 ‘당연하다’였다. 오히려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차근차근 뜯어보면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시장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것도 어찌 보면 그동안 어렵다는 인식이 박혀 있던 ‘롯데’ 얘기였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케미칼 회사채 문제에 대해서 한 채권시장 관계자가 “과거 여러 대기업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이슈가 되지 않았는데 롯데라서 더욱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그마한 눈덩이들이 수년간 시장에서 쌓이면서 롯데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를 사실상 손을 놓고 방치했다. 어찌 됐든 자금 조달에 크게 무리는 없었으니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모여 커다란 눈덩이가 돼 롯데그룹을 덮쳤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게 된 셈이다.
이 눈덩이가 산사태가 되기 전에 이제라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라시에 대한 이례적인 해명 공시는 물론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도 모두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에는 긍정적 신호로 보일 수 있다. 소문에 예민한 시장에서 롯데가 신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빠르고 적극적인 해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그룹도 이를 알고 있으니 뒤늦게나마 움직이고 있는 것일 테다.
당분간 롯데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자초한 것은 결국 롯데고 이를 풀 수 있는 것도 결국 롯데 뿐이다. 유동성 위기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롯데의 노력만큼 시장은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