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공정위 제재 피하자"…CJ, 非주력 계열사 줄줄이 매각

박기주 기자I 2018.04.17 17:09:10

SG생활안전 경비 사업 및 조이렌트카 매각
내부거래 많은 올리브네트웍스, 비중 낮추기 총력
규제 피한 대기업 계열사 매물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CJ그룹이 비(非) 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계열사 매각 작업에 집중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그룹, 무인경비·렌트카 계열사 매각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그룹의 계열사인 SG생활안전은 다음달 말 무인경비사업 부문을 KT텔레캅에 매각한다. 매각가액은 280억원이다. SG생활안전은 인력경비사업 부문도 계열사 CJ텔레닉스에 매각하며 경비 관련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SG생활안전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자회사(지분율 100%)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 등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방독면 제조 및 경비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경비사업은 주로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SG생활건강가 계열사와의 거래로 거둔 매출액은 208억원으로 전체 매출(652억원)의 31.9%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 중 오너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업체가 내부거래로 매출의 12% 이상을 거두면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론 SG생활안전은 오너일가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어서 CJ그룹의 특수관계자 범위에 포함되진 않지만 공정위 제재에 대한 선제적인 작업으로 이를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CJ그룹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조이렌트카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조이렌트카는 매년 45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 중 20%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특히 이 회사는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 등 일가가 지분 전체를 갖고 있어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었다.

◇내부거래 많은 대기업 계열사, 매물 가능성

CJ그룹이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처분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다.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계열사의 특성상 내부 거래도 많은 편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내부 거래 비중은 3570억원(19.6%) 규모다.

CJ그룹은 내부 거래 비중을 점차 줄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83.1%에 달했던 CJ올리브네트웍스(당시 CJ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CJ올리브영 등을 인수해 매출액이 커지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 거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고, 이를 더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전산시스템 특성상 민감한 부분이 많아 매각 대상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CJ그룹의 사례처럼 공정위 규제를 피하기 위해 내부 거래가 많은 대기업 계열사를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의 상당수는 내부 거래에 의해 생겨나고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며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매각 등을 통해 지분을 줄이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등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들 계열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경우 실적에 비해 가치가 낮게 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부거래로 운영돼 온 만큼 이를 인수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이점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업의 가치를 높여 다시 팔아야 하는데, 공정위 제재를 피해 나온 매물이 어느정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모펀드의 참여가 없으면 매물의 가격을 높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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