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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최상위인데 권한 제한적’…건산연 “건설 도급인 안전관리 균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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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I 2026.07.08 13:00:03

선진 5개국 산안법 비교해 건설 도급인 안전관리의 '균형' 제언
“도급인 처벌 수준은 호주 이어 2번째, 법적 권한은 상대적으로 미흡”
“도급인 권한 보완, 건설안전 선진화 과제”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은 8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에게 부여한 법적 권한의 수준이 동법이 부여한 의무·책임의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최상위인데 권한 제한적’…건산연 “건설 도급인 안전관리 균형 필요”
건산연은 이날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 도급인 안전관리 의무·책임·권한 균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도급인의 법적 권한 보완과 의무·책임을 실제 통제 범위 안으로 맞추는 장치 마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설 안전이 도급인 한 주체에 대한 압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발주제도·적정공사비·공사기간·안전문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결정된다는게 전제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생명·신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법인 만큼, 건설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도급인에게 의무·책임이 권한보다 다소 무겁게 설계되는 것 자체는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도급인이 계약상 우월적 지위와 현장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은 인정되나 이를 산안법 안에서 정당한 통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도급인의 안전관리 의무·책임이 강화돼 온 데에는 원청인 도급인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까지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된 것도 배경이다.

이에 2019년 산안법 전부개정에서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와 책임(처벌 최대 7년 이하 징역)은 대폭 강화되었으며, 2021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됐다. 올해에도 사망사고를 다수·반복 발생시킨 기업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건설업 등록말소까지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건설 도급인 안전관리 책임 강화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건산연은 의무·책임과 권한이 함께 균형을 이뤄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관점에서 현행 제도가 최소한의 합리적 균형선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호주와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안전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해 점검했다.

호주·영국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의무를 진다’는 원칙(합리적 실행가능성, 영향·통제 능력)을 법 조문 자체에 담아 의무의 범위를 통제 범위에 맞췄다. 반면 한국은 이런 장치가 명확하지 않아, 통제 범위에 대한 고려가 주로 사고가 난 뒤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 법원의 양형 재량에 맡겨진다.

책임 측면에서는 산안법상 한국 도급인의 처벌 수준(사망사고 시 7년 이하 징역)은 비교 5개국 중 호주(15년 이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벌금형만 두고 징역형이 없는 일본과 비교하면 형사적 부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건산연의 분석이다.

반면 권한에서는 호주·영국의 도급인은 현장 안전관리계획을 통해 현장에 맞는 안전 규칙을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하청 업체와 그 근로자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다. 일본도 혼재작업 상황에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시정을 지시할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한국 도급인의 법적 권한은 하청 업체(법인)를 거치는 간접적 시정요구 중심이며, 안전지시 자체는 허용되나 작업 방법·순서 등 직접적 작업지시로 넘어가면 파견법상 불법파견 소지가 생겨 그 경계가 불명확한 탓에 현장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을 법적 통제 수단으로 온전히 전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연구위원은 “도급인의 안전관리 의무·책임·권한 균형을 다시 살피는 것은, 형식적 문서 관리에 머물던 현장 안전관리를 실질적 재해 예방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검토할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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