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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다당제]민주·한국, 적대적 공생…죽 쒀도 30년간 무조건 2등 보장

유태환 기자I 2018.04.02 16:27:53

1990년 3당 합당 이후 양당 정치 구조 고착
호남진보·영남보수로 양분…맹목지지 계속
朴국정농단 등 어떤 이슈에도 1·2등 교체만
"비례성 강화로 양당 독점체제 해체 가능"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호랑이 굴에 호랑이 잡으러 들어간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이 1990년 자신이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과 노태우 총재의 민주정의당·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간 3당 합당의 명분으로 내세운 주장이다. 군부독재 세력 척결을 위해 그들과 일단 손을 잡는 것이라는 뜻인데, 약 30년 동안의 양당제를 고착화한 시발점이 됐다.

경북(민정당)·경남(민주당)·충청(공화당) 지역을 주축으로 하는 3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하면서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당(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양분된다. 이후 14대부터 20대까지 7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14대부터 19대까지 6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두 정치세력의 후예들은 1·2등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소위 ‘죽을 쒔다’고 말할 만큼 선거에서 참패하고 국정운영에 실패해도 30년간 최소 2등의 자리가 무조건 보장됐다.

가장 최근 선거인 지난해 대선은 헌정사상 초유의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상황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24%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2등을 했다. 수도권 전역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보다 득표율이 낮은 3위였지만, 대구·경북과 경남에서 1위를 한 덕분이다. “친노(친노무현)는 폐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권여당이 참패한 17대 대선 역시 2위를 차지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정동영 후보였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진보정당 최초로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한 2004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원내 2당을 사수했다. 친박연대 등이 약진해 진보진영이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고 평가받는 2008년 총선에서도 통합민주당은 81석을 획득해 원내 2당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양당체제가 지역·이념과 결부되면서 국민 분열을 촉발했다”며 “극한 막말과 정쟁의 장에서 국민과 민생문제는 뒷전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례성을 강화하고 여러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당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는 연동형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양당 독점체제 해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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