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구안인가" 산은, 태영에 경고…워크아웃 '빨간불'

김국배 기자I 2024.01.03 19:37:14

[태영건설 워크아웃 빨간불]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채권단 설명회 후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개최
"열심히 할테니 도와달라는 수준…실망감에 11일 협의회 워크아웃 어려워"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산업은행이 부동산 PF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을 향해 경고장을 보냈다. 채권자를 설득할만한 실질적이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이달 11일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워크아웃 개시여부가 불투명해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3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자 설명회에서 채권단은 태영건설 자구 계획 공개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며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 자구안으로서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동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설명회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 오너가)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얘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이렇게 자구안에 구체적인 계획안도 없이 그저 도와달라고 한다면 워크아웃 계획안이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다”고 질타했다. 워크아웃 개시 전 산업은행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강력히 유감을 표시한 것은 그간 워크아웃 전례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태영건설은 2시간가량 진행한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네 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미 알려진 수준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대주주 사재 출연이나 핵심 계열사 SBS 매각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이 애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태영건설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 해놓고 1133억원 중 400억원만 지원한 점 등을 거론한 것이다. 강 회장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태영 측과 신뢰가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우선 4가지 자구 계획안 이행부터 촉구했다. 추가적인 자구안 유무를 떠나 애초 약속한 자구안 이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이유다. 강 회장은 “태영이 진정성을 갖고 자구 계획안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채권단 손실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실패 시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워크아웃이 채권단의 이익과 태영건설의 이익을 공동으로 극대화하는 것이라 판단한다”며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태영홀딩스 등이 충분히 노력해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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