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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6z 크립토는 약 100억달러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기반으로 전 세계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APAC) 첫 사무소를 한국에 마련한 a16z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최근 금융회사와 대기업 등 기관의 시장 진입에 주목하고 있다.
슈 총괄은 “한국을 첫 번째 아시아태평양 사무소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한국 기관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추적해왔지만 최근 흥미로운 것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인수합병(M&A)”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관용 블록체인 캔톤네트워크(Canton Network) 개발사 디지털애셋(Digital Asset)의 유발 루즈(Yuval Rooz)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규제 이후 금융기관의 ‘실제 사용’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즈 CEO는 “일본은 수년 전부터 규제가 명확했지만 시장이 곧바로 확대되지는 않았다”며 “규제는 초기 신호일 수 있지만 실제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신호는 크고 보수적인 기관들이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대형 은행과 일본청산결제기구(JSCC)가 실제 담보관리 사업에 참여한 것이 다른 금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루즈 CEO는 “특히 아시아에서는 대형 보수적 기관이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다른 금융회사들도 ‘저들이 한다면 우리도 해야 한다’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금융기관의 참여가 본격화할 경우 디지털자산의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했다. 이미 소비자들이 디지털자산과 새로운 금융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뿐 아니라 해외 주식 등 전통 금융상품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루즈 CEO는 “한국은 기술에 매우 익숙한 소비자 기반을 갖고 있다”며 “규제가 따라오고 기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소비자의 채택이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을 밈코인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에만 익숙한 시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전통 금융상품 거래에도 익숙하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제 금융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종규 레이어제로(LayerZero) 아시아 사업 총괄은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은 더 이상 단순한 내러티브가 아니다”며 “미래의 화폐와 금융을 만들어갈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존 금융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임 총괄은 “기회는 모든 영역에 블록체인을 억지로 적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돈이 아직 충분히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을 찾아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영역이 해외 송금과 금융 소외계층이다. 임 총괄은 싱가포르에서 본국으로 돈을 보내는 해외 노동자와 신용카드나 은행계좌가 없어 온라인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중남미 소비자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과 RWA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선진 금융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과 RWA 도입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16z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가능성을 가격 상승이나 거래량보다 지속적인 실사용에서 찾았다. 슈 총괄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활용 사례가 조금 더 ‘지루할 때’ 오히려 기대를 갖는다”며 급여 지급과 송금, 기업 자금관리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디지털자산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루즈 CEO도 단순히 블록체인에 얼마나 많은 자산이 올라왔는지를 보는 것보다 실제 자산이 얼마나 움직이고 사용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이 블록체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경제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루즈 CEO는 “고객이 즉각적인 투자수익을 확인할 수 있는 활용 사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막대한 투자를 하면 언젠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더 이상 좋은 제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 총괄은 “아시아는 하나의 단일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10개가 넘는 주요 경제권이 서로 다른 언어와 인종, 종교를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수행할 역할과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을 대표하든 기술을 개발하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든, 정책을 만들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든 결국 서로가 필요하다”며 “연결이 이뤄진다면 훨씬 더 유용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