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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말 기준 작성한 ‘한국지엠(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산업은행은 GM의 지분 매각제한 해제를 앞두고 한국GM 경영개선사항과 관련한 8가지 항목의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GM이 이를 재차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이 GM에 요청한 항목은 △한국GM 장기 발전계획 △재무개선조치 △수지(수익성)개선조치 △GM본사 경영계획 △주주감시업무 협조 △장기경영계획 △주주신뢰회복 △재무실적공개 등 8가지다.
앞서 지난해 7월 작성한 최초 보고서에는 “GM의 최근 수년간 해외 철수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사업재편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는 것이 확실하다”며 “해외 시장 철수 단계적 실행, 자체생산 축소, 수입판매 증가, 기타 구조조정 움직임 등 철수 징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한 바 있다. GM은 호주(2013년), 러시아(2014년), 유럽(2017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17년) 등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수정 보고서에서도 산은의 진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GM이 지분매각과 공장폐쇄 등을 통해 철수 시 저지할 수단이 없다”며 “산은을 포함해 금융기관이 GM에 채권이 없어 채권자 지위로서 경영관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기술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식 7만706주(지분율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최초 보고서에서 언급된 “GM 지분 매각제한이 해제되는 2017년 10월 이후에는 산은도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는 삭제되고 “앞으로도 제반 여건상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문구로 수정됐다. 이어 산은의 보유지분에 대한 장부가치를 ‘0’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GM은 2002년 10월 대우차 공장을 인수할 때 앞으로 15년간 경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으로 이 기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또 당시 주주 간 계약서를 통해 산은은 ‘회사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처분·양도할 경우’에 대한 비토권을 확보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장부가를 0으로 평가한 것은 GM 지분 매각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GM의 철수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1월 이동걸 산은 회장과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의 면담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야당 한 관계자는 “산은을 통해 앵글 부사장이 실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다”며 “앞으로 GM의 경영개선 의지는 GM이 산은의 실사 자료제출요구에 얼마나 호응 할지로도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