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에 마약성분 의심된다면…진단키트로 1분 만에 色 변화 확인

강민구 기자I 2022.10.19 19:37:22

국내서도 마약 투약 확산하고, 연계 범죄 늘어 대응 필요
생명연 '물뽕' 탐지기술, 성균관대 리트머스형 키트 공개
정희선 교수 "현장감 있는 기술 개발로 국민 불안 덜어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우리 일상에 빠르게 마약이 파고 들고 있다. ‘마약김밥’, ‘마약떡볶이’처럼 마약을 소재로 한 음식이 인기를 끌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마약을 소재로 다룬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다.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전해지고, 마약 관련 범죄 소식도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만2233명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14.5% 늘었다. 다크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성범죄, 강도사건 등으로 파생되는 범죄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이러한 마약은 우리에게 얼마나 치명적일까. 과학적으로 이를 해결할 기법은 없을까.

최근 과학계에서는 실제 마약 사범 적발 현장에서 빠르고 신속하게 투약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연구진은 지난 4월 경찰청의 지원으로 성범죄에 악용되는 ‘물뽕(감마하이드록시낙산)’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성균관대 연구진도 필로폰을 탐지할 수 있는 리트머스형 진단 키트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클럽 등에서 국민이 음료에 마약을 탔는지 확인해 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현장에서 빠른 진단을 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직접 개발한 리트머스형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국제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는 “국내에서 신종 마약 투약이 늘어나고 있고,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학기술로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소변서 주로 검출

국내 유통 마약은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마초도 늘고 있다. 마약류 사범이 적발되면 마약류의 제조, 유통과정, 물질 성분 등의 정보를 확인한다. 마약 투약자의 경우 머리카락이나 소변에서 투약 유무를 확인한다. 장기간 마약 투약자들에게서는 머리카락에서 투약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손톱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법적, 과학적 요건이 까다롭다. 현장에서는 우선 구급 상자처럼 큰 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그 속에 있는 시약들을 넣어 확인해야 한다. 다만 정확한 분류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료를 보내 정밀 분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과수까지의 이동 과정이 있고, 몸에 아주 적게 물질이 남아 있어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때 라만 분광기, 이온 스캐너를 이용해 분석한다. 이온스캐너는 세관에서 마약을 탐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가진 전자장비다. 라만 분광기는 특정 분자에 레이저를 쏘았을 때 에너지 흡수 민감도를 확인해 분자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GC-MS),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LC-MS)도 이용해 혼합물 분리와 오염물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면역분석법, 스크리닝 방식도 이용한다. 정희선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드라겐도르프 시약, 마퀴스 시약, 만델린시 약을 주로 쓴다”며 “통상 소변 1mm 머리 50가닥 정도만으로도 확인해 나노그램, 피코그램 수준의 성분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소주에 마약 성분을 탄뒤 실험한 결과(왼쪽)와 소주만 탄 상태(가운데), 원본(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


현장에서 1분 만에 색변화 확인 기술도 나와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보다 빠르고 신뢰성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생명연은 지난 4월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을 10분 내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내년 하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는 ‘헤미시아닌’ 염료를 이용해 마약 성분과 반응시켜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마약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권오석 생명연 박사는 “클럽 등에서 음료가 의심될 때 이 키트를 이용하면 현장에서 확인해 성범죄 감소에 활용할 수 있다”며 “기업과 협력해 내년 하반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가방, 스티커 형태로 보다 쉽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정희선 성균관대 교수팀은 최근 리트머스 종이처럼 만들어서 색 변화로 마약 투약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종이에 항온항체반응처럼 색을 묻혀 놓고, 색 변화로 투약 여부를 빠르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경찰 등이 다루기 어려웠던 시약 대신에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했다.

원본 종이, 소주를 탄 종이, 소주에 마약을 탄 종이를 비교한 실험 결과에서도 단 1분 만에 색 변화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정희선 교수는 “현장에서 최소 20~30분 걸리던 작업을 1분 이내로 줄일 수 있어 편리함과 신속함을 가져갈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국민이 쉽게 이를 이용해 음료 등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마약에 적용하도록 연구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 외에 앞으로 필요한 부분은 뭘까. 전문가들은 국제 협력을 꼽았다. 국과수 전문가들을 늘려 마약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마약이 한 나라에서만 막는다고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미 약을 투약한 이들이 병원 치료로 이겨나가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과학기술로 현장감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민의 불안감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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