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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돈을 내놓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국내 67개 법정기금이 운용하는 중장기자산 1183조원 가운데 벤처투자 금액은 3조 1000억원으로 약 0.3%에 불과하다.
법정기금 여유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연기금투자풀은 지난해 첫 벤처펀드 출자를 진행했다. 무역보험기금이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벤처펀드에 출자하면서 처음 물꼬를 텄다. 다만 이전에는 24년간 벤처 투자 실적이 없었다. 연기금투자풀은 고용보험기금, 국민연금기금, 산재보험기금,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공적자금상환기금, 양곡증권정리기금을 제외한 61개 법정기금의 여유자산을 운용한다.
수치로 보아도 그동안 벤처투자가 허용됐던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참여는 저조했다. 중기부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중기부 소관 벤처펀드에 출자한 곳은 기존 투자 가능 법정기금 44개 가운데 공무원연금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등 5개뿐이다. 이미 문이 열려 있던 기금의 88.6%가 최근 약 5년간 한 차례도 출자하지 않은 셈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극적인 투자의 원인으로 기금의 보수적인 자산운용 구조를 꼽는다. 기금은 안정적인 운용과 원금 보전을 중시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벤처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그간 기금의 벤처투자 실적이 저조했던 주요 배경은 보수적인 운용 관행”이라며 “많은 기금이 단기 수익률과 원금 보전을 중시하고 벤처투자는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보니 외면받았던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선임연구위원·권민경 연구위원과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2024년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연기금은 기존 전략적 자산배분(SAA) 체계에서 대체투자자산 등 위험자산 비중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기금 등 장기자금이 벤처시장에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해외 사례와 대비된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산하 유럽자본시장연구소(ECMI)는 미국 벤처캐피털(VC) 자금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실제 출자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을 강화하고 있다. 가령 기획예산처는 올해 기금운용 평가에서 모험자본 투자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 참여와 달리 초기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펀드로 기금 자금이 본격적으로 흘러들지는 않고 있다.
김한규 의원은 “벤처투자가 가능한 법정기금이 늘어났지만 실질적 투자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민간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금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이를 견인할 중기부의 정책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