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정위가 과거 판단을 180도 바꾼 법적 근거가 미미한데다, 40~50대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미봉책만 내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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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가맹본부로 구성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편의점 업계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심사를 요청한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스(C·Space)외에 비회원사인 이마트24(이마트24)도 자율규약에 함께 참여했다.
현재 편의점을 출점할 때 동일 브랜드의 경우에는 250m 거리제한을 원칙(수직적 거리제한)으로 하고 있지만 타 브랜드 간에는 거리제한(수평적 거리제한)이 없다. 타 브랜드간 획일적인 거리제한을 할 경우 담합 소지가 커 소비자 후생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부터 시행했던 규약이 6년만인 2000년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사이 편의점의 과포화로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등 시장이 오히려 왜곡된 상황까지 벌어졌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본사와 가맹점간 로열티 방식으로 상생하기보다는 일부 본사는 무리한 확장에만 치중했다. 결국 정부가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단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부작용이 속출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공정위가 고안한 방법은 정보공개서의 투명성 강화다. 가맹본부의 경영 실태, 가맹계약 내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공개서는 ‘갑’인 본사의 힘을 약화시키고 ‘을’인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강한 규제를 하는 방식에 비하면 시장을 고려하는 ‘소프트 룰’를 활용한 방식이다.
공정위는 편의점 본사가 개별적인 출점기준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해석을 내렸다. 개별적인 출점기준은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담배소매점 간 거리 제한기준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점포 간 ‘50~100m’ 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초구에서만 100m이지만 앞으로 모든 자치구에서 50m서 100m로 확대하고, 제주도는 현재 동지역와 읍·면사무소 소재지 각각50m, 100m이지만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100m~200m 거리내에는 신규 출점이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여기에 가맹계약 해지시 영업 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규약을 담도록 유도했다. 가맹점주의 책임과 무관하게 경영상황 악화로 희망폐업을 할 경우 영업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게 된다. 가맹본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약금을 최소화시켜 자연스러운 폐점도 유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맹점이 없는 게 아니다. 우선 법적 논란이다. 이번 자율규약 승인의 근거는 가맹사업법 15조(자율규약)다. 이 법에 따르면 공정위가 제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1항 규정에 위반하는지 심사를 하게 된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하지말아야 할 ‘갑질’을 규정한 근거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 심사에서 중요하게 본 것은 협회가 만든 자율규약이 담합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이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공동행위 승인규정을 따져야 하는 문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가맹사업법을 근거로 할 경우 공정위가 자율규약을 승인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편의점 외에 다른 업종에서 줄줄이 자율규약 심사를 신청할 텐데 담합 시비가 불거질 경우 공정위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40~50대 퇴직자들이 대거 자영업자로 떠밀려 오는 상황에서 편의점 입점 제한만 하는 것은 또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사회안전망을 갖추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편의점 입점 규제로 퇴직자들이 치킨집이나 떡볶이 가맹점으로 몰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딱딱한 법률보다는 자율규약 형태로 정보공개서를 활용한 진입 규제는 시장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퇴직자들의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못하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