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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들개' 김성태…야성 회복은 성과·소통 부재엔 아쉬움(종합)

유태환 기자I 2018.12.10 18:17:18

"들개처럼 文정부와 싸울 것" 대여투쟁 선봉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 관철·비대위 산파역
'출산주도성장' 등서는 당내 소통 문제 지적
밤 중에 치킨 사서 "협상하자" 홍영표 찾기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임기 마무리 소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야당이 아니라 거센 모래벌판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밝힌 원내 운영 지향점이다. 중동 파견 노동자 출신이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처럼 ‘들개’ 정신으로 언제나 대여 투쟁 최선봉에 섰다.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10일 김 원내대표는 여전히 ‘야당다운 야당’의 제1조건으로 투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개최한 ‘임기 마무리 소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여야 관계가 잘 정리되고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야당은 잘 싸워야 한다. 잘 싸울 수 있는 처절한 진정성이 자신의 몸에 또 뇌리 속에 박히지 않고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최대 치적으로 야성(野性) 회복을 꼽는다. 실제로 한국당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을 거쳐 약 10년 만에 정권을 내줬지만 “아직도 자신들이 여당인 줄 안다”는 조롱 석인 비아냥을 들어왔다.

◇“들개 정신으로 한 놈만 패…야당 잘 싸워야”

비록 여권으로부터 ‘무작정 발목잡기, 떼쓰기,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김 원내대표의 투쟁력만큼은 여야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김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들개 정신으로 한 놈만 패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숱한 이슈와 정국 고비 고비마다 극한투쟁으로 단 한 순간도 쉴 새 없이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단식을 통해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를 관철한 점을 스스로의 주요 업적 중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극한투쟁의 절정에 달한 드루킹 특검 관련 단식은 일방독주하는 정권에 맞서 야당이 취한 마지막 수단”이라며 “드루킹 특검 관철을 내딛기 위해 단식을 시작한 지 4일째인가 한 청년으로부터 (안면을 폭행당하는) 아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홍준표 전 대표 사퇴 이후 연대책임론 등에 휩싸이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김 원내대표가 추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월권’ 논란이 일었고 친박(박근혜)·잔류파와 비박·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간 계파 갈등도 절정에 달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며 사퇴 요구에 정면 돌파로 맞섰고 김병준 비대위가 탄생하는 데 산파 역할도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님께서는 이 비대위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강한 전투력과 협상력을 보여주시면서 정말 큰일을 맡아 해주셨다”고 추켜세웠다.

◇차기 전당대회 하마평도…“자신 돌아 볼 것”

협상 제1파트너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소위 말하는 ‘케미’(호흡)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유류세율 인하에 따른 약 4조원 세입결손 논란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파행을 겪던 지난달 27일 밤, “협상하자”며 치킨을 사 들고 홍 원내대표를 찾았을 만큼 막역한 사이다.

같은 노동계 출신이자 19대 국회부터 환경노동위 간사로 호흡을 맞춰온 홍 원내대표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우리 홍 원내대표가 잘 인내하고 그런 가운데 또 (예산처리 정국에서) 더불어한국당이 만들어졌다”며 “거칠고 거센 제1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으니 오죽 힘들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소통부족은 김 원내대표 임기 내내 아쉬움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특히 지난 9월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시했을 때는 ‘황당’ 그 자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국당 내 한 중진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듣는데 갑자기 출산주도성장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며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김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비박·복당파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명분이 있고 원내 상황이 급하더라도 원내대표 혼자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유력한 후보군으로도 꼽힌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제 역량과 능력이 부족한 면이 많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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