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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딥테크 투자금은 3조6000억원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AI 부문은 전년 대비 70~80% 수준의 고성장세를 보이며 사실상 시장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복합적인 시각이 나온다. 한 중대형 VC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투자 자원과 펀드 사이즈가 글로벌 대비 훨씬 작아 특정 분야로의 쏠림이 발생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며 “AI 집중은 분명 시장이 안고 가야 할 리스크”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초기 VC에서는 AI·LLM·에이전트 등 특정 기술군을 제외하면 사실상 투자심사위원회(투심위)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다수는 ‘AI 육성 드라이브’가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 정부·모태펀드 등 출자자(LP)가 AI·딥테크 중심의 출자 비중을 키우는 가운데, 대형 VC와 주요 금융지주 역시 “AI는 놓칠 수 없는 구조적 메가트렌드”라는 판단하에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처럼 소수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직 국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국내 AI 스타트업 상당수가 초기~중기 단계에 분포해 있어 향후 실적 개선·기술 고도화에 따른 성장 스토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국내는 아직 거품이 터질 국면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 AI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미국·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낮고, 생태계 전체가 여전히 성장 초입 단계이기 때문에 “거품보다는 ‘성장 기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AI·딥테크 쏠림이 비(非)AI 영역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케어·제조·소비재 등 전통 성장 섹터는 이미 2023~2024년 사이 투자액이 크게 감소했고, 일부 VC에서는 “AI가 아니면 LP 미팅에서조차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토로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IB)·VC 업계 전반에서는 단기적으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AI 중심’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국내 VC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AI에 대한 투자 집중이 오히려 ‘시장 회복의 유일한 동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역설적인 분위기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