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회 직선제 의석 94%→19% 대폭 줄어

김겨레 기자I 2023.05.03 17:49:13

전체 구의회 의석 470석으로 소폭 줄어
개편 직선 의석, 英식민지 때보다 비중↓
민주 진영 "홍콩 민주주의 후퇴시킬것"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홍콩이 지방 의회 격인 구의회 의석 가운데 직선제로 선출하는 의원 수를 기존 94%에서 19%로 대폭 줄인다. 구의원 선거제 개편안이 홍콩 입법회에서 확정되면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사진=AFP)
2일(현지시간)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 외신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전체 구의회 의석 수는 479석에서 470석으로 줄어들고, 이가운데 유권자가 직선제로 선출하는 의석은 19%인 88석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의석은 간선제와 임명직 등으로 채워진다. 정부 임명직 179석, 친중 성향 지역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이 선출하는 176석, 지역 대표(당연직) 27석이다.

기존 구의회는 직접 선출직 452석(94%), 당연직 27석 등 총 479석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9년 11월 홍콩 민주화 시위 도중 치러진 구의회 선거에선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로 범민주 진영이 압승, 39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상당수의 야당 인사들이 홍콩을 떠나는 등 사실상 사퇴했다.

홍콩은 2021년 5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자격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 홍콩 기본법을 준수하고 홍콩 정부에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의 ‘충성 서약’도 해야 한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지난 1982년 처음 실시됐다. 당시 직선 의석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이었다. 식민지 시절보다도 직선 의석 비중이 줄어든 셈이다.

리 행정장관은 “단순히 투표 숫자가 민주주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각 지역마다 고유한 시스템이 있으며 (선거의) 결과가 ‘재난’이거나 유권자들에게 나쁜 행정을 초래한다면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를 진압한 경찰 책임자 출신이다.

민주진영은 이번 구의회 개편이 홍콩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찬포 잉 사회민주연합 의장은 “직선 의석 감축은 명백한 후퇴”라며 “정부가 홍콩 투표 제도를 해체한다면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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